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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팀인 한국을 존중한다."
그간 중국은 한국을 상대로 수비적인 전략을 들고 나왔다. 압도적인 기량 차이로 인한 '공한증'은 리피 감독 조차 결코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였다.
중국이 달라졌다. 리피 감독은 4-3-3 카드를 꺼냈다. '중국의 메시' 우레이를 최전방에 세우고, 기동력 좋은 장시저와 위다바오를 좌우에 배치해 속도를 높였다.
빠르고 뛰어난 개인기량을 갖춘 스리톱과 그 밑에서 지원을 하는 균형잡인 중원 구성, 이는 리피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 광저우 헝다를 이끌 당시 선보였던 전술과 일맥상통했다. 리피 감독은 헝다를 이끌고 세 시즌 연속 슈퍼리그 우승과,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뤄냈다.
탄탄한 포백은 리피 감독 전술의 핵심이었다. 골키퍼 정청을 비롯, 중앙 수비 펑샤오팅, 메이팡 그리고 오른쪽 풀백 장린펑 등 4명의 헝다 선수가 수비라인에 포진해 완성도 높은 조직력을 선보였다. 여기에 정즈까지 적극적으로 협력 수비를 하면서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전체적인 주도권은 한국이 쥐었으나 실속은 중국이 챙겼다. 한국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 뒷공간을 지속적으로 노렸다. 리피 감독다운 집요함이 엿보였다. 연거푸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역습도 빠르고 간결했다. 전반 28분과 33분 각각 위다바오, 장린펑의 슈팅이 나오더니, 34분 왕용포의 코너킥을 위다바오가 헤딩으로 틀어넣으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리피 감독은 웃지 않았다. 기뻐하는 코치들을 진정시켰다.
끝까지 냉정함을 유지한 리피 감독. 한국의 거센 추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짧은 기간 자신의 색깔을 입히며 한국에 일격을 가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