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 IOC선수위원이 26일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하와이로 출국했다.
▶스스로 '공부하는 선수'의 길을 가다
10대부터 프랑스, 크로아티아, 독일 등에서 프로리그를 경험한 유 위원은 소위 '영어 울렁증'이 없다. 이달 초 바흐 IOC 위원장의 방한 때도 IOC위원으로 '그림자 수행'하며 자연스러운 영어로 소통 능력을 보여줬다. 유 위원은 "다들 제 영어실력을 궁금해 하시는데 솔직히 못하진 않는다.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좀더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욕심에서 연수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전세계 IOC위원들이 평창에 오게 되면 자국 위원으로서 할 일이 많다. 좀더 세밀한 것까지 꼼꼼하게 챙기려면 언어적으로 더 준비가 돼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공부하는 선수'의 문제는 유 위원에게 최우선 과제다. 현역 선수들의 미래와 복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교육'이라는 신념이다. 마케팅, 안투라지 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는 바쁜 일정속에 'IOC 선수 학습 게이트웨이(Athlete Learning Gateway)' 이사, 'IOC 선수 경력관리 프로그램(Athlete Career Programme)' 멤버를 자청한 이유다. "IOC 내에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직접 강의하는 '선수 학습 게이트웨이'라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스포츠심리학, 영양학, 멘탈 트레이닝, 리더십, 코칭 기술, 경력 관리 등 선수들에게 유용한 강의들로 구성됐는데, 영어, 불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4개국어 자막만 있더라"고 했다. 유 위원은 현장에서 "평창, 도쿄, 베이징까지 3회 연속 아시아 대륙에서 올림픽이 열리는데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유의 추진력으로 IOC 멤버들을 설득했고, '한국어 자막' 사업을 가져왔다. "선수로서의 소양을 채우는, 선수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알찬 내용들이다. 평창올림픽 이전까지 한국어 자막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공부하는 선수', 한국형 시스템이 필요하다
유 위원의 임기는 2016년부터 2024년까지 8년간이다. "7년 후의 일을 미리 정하고 가지는 않는다. 하루하루 현재에 충실하면서 매년 주어진 미션에 충실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7년안에 꼭 해내겠다고 결심한 일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부하는 선수'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운동하는 틈틈이 공부하면서 성적도 낼 수 있도록, 선수 및 코치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센터를 만들고 싶다. 태릉에서 운동하면서 틈날 때마다 편안하게 찾아와서 밀린 공부를 채울 수 있는 상시적인 '튜터링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
유 위원은 선수들의 공부를 돕기 위한 '한국형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정유라 사건' 이후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꾸려 하다보니 당장 현장에선 불협화음도 나온다. 운동만 하던 사람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좋은 학점을 받겠나. 공부만 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금메달 딸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유럽, 미국 시스템을 무작정 도입하기보다 우리 실정에 맞는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한국형 시스템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역선수, 은퇴선수에 대한 교육은 계속 이슈가 되고 있지만 늘 2%가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사건이 터지고 제재하고 규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윈윈'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줘야 한다. 제재만 하고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 앞으로 선수들이 운동하는 틈틈이 공부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