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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절망의 땅' 베네수엘라, 소년 희망을 노래하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5-31 13:00 | 최종수정 2017-06-01 00:49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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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땅에도 꽃은 핀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무정부 상태다. 통제불능의 인플레이션과 식료품 고갈 속에 약탈이 자행되고 폭력이 일상화되고 있다. 반정부 시위는 내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옥을 피해 브라질 국경으로 난민이 몰리고 있다.

피와 눈물에 젖은 땅 베네수엘라, 유일한 희망은 소년이다. 현재가 절망적인 사람들이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산소는 미래 세대다. 아수라장의 베네수엘라. 바로 그 순간 지구 반대편 그들의 미래는 소중한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30일 대전월드컵경기장. 전광판 시계는 90분을 가리켰다. 스코어는 0대0.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 후반 3분. 베네수엘라가 일본 골망을 흔들었다. 종료 휘슬이 울렸다. 베네수엘라가 2017년 FIFA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일본을 1대0으로 제압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낸 체력. 그래도 베네수엘라 소년들은 웃으며 그라운드를 내달린다. 마치 자신들의 모습을 봐달라는 것처럼 큰 몸 동작을 취하며 뛰고 또 뛴다. 그들에겐 승리 그 이상의 염원이 있었다.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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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의 조국 베네수엘라는 아수라장이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원유매장량 1위의 자원부국인 베네수엘라. 그 명성은 온데 간데 없다. 파산 위기다.

베네수엘라의 GDP(국내총생산)는 지난해 무려 18% 감소했다. 올해도 최소 4.2%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바닥을 치다 못해 땅으로 꺼지는 형국이다. 인플레이션은 800%에 달한다. 지폐는 이미 휴지조각이다. 악화일로다. 올해 현재의 두 배인 인플레이션 1600%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게 뉴욕타임스의 전망이다.

7년째 극심한 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리아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2015년부터 베네수엘라 국경을 넘어 브라질로 유입된 난민이 3만여명이다. 엑소더스다.


먹을 게 동났다. 국민들이 굶는다. 국민 4명 중 3명이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피골이 상접한 가운데 곳곳에서의 충돌로 피를 흘리고 있다.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극렬한 반정부 시위가 2개월 째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6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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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게 나라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아노미 상황. 베네수엘라의 현실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조사한 베네수엘라의 부패인식지수(CPI)는 17점이다. 100점 만점에서 17점이다. 바닥이다. 176개국 중 166번째다. 곳간에서 돈이 샌다. 국민 피를 빨아 정부 고위 관료의 배만 불리는 실정이다.

내일이 없는 삶. 소년은 유일한 희망이자 미래다. 베네수엘라를 미소 짓게 하는 단 하나의 존재다. 절망에 빠진 국민들은 이역만리에서 선전하는 미래세대를 보며 위안을 얻는다. 특히 열악한 상황임에도 세계무대에서 선전하는 선수들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실제 U-20 대표팀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베네수엘라 최고의 지장 라파엘 두다멜 감독이 A대표팀과 함께 U-20 팀 감독을 겸임한다. 그는 명성대로 이번 대회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선전하고 있다. 최고 유망주들도 대거 나섰다. 자국 리그 명문 카라카스 소속의 세르히오 코르도바, 호날두 차콘을 비롯해 호날두 페냐(라스 팔마스), 예퍼슨 소텔도(후아키파토), 아달베르토 페나란다(말라가)가 포함됐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기량은 세계적 선수들에 비해 결코 밀리지 않는다.

3전 전승, 10골-무실점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베네수엘라는 16강에서 일본까지 꺾으며 8강에 안착했다. 두다멜 감독은 일본전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성공보다는 자랑스러운 베네수엘라를 만들고 싶다. 아름다운 조국 베네수엘라를 대표할 수 있어 나는 정말 행복하다."

절망의 땅이 다시 아름다운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미래의 희망이 달리고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희망을 빼앗긴 동토의 땅, 베네수엘라. 봄은 청년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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