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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경질은 당연수순이다. 동시에 선수들도 정신차려야 한다.
그간 선수들은 감독에 대한 거센 비판 뒤에 숨어있었다. 아예 드러나지 않은 건 아니다. 지난 3월 중국전 0대1 패배 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캡틴' 기성용이 선수단에 질책성 발언을 했다. 당시 기성용은 "크게 실망했다. 선수와 모든 코치진이 변해야 한다.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가 안 나왔다면 대표 자격이 없다"고 했다.
동료를 향해 한껏 날을 세웠던 기성용은 카타르전 패배 뒤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자책성 언급이 이어졌다.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모든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주장의 책임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지 못해서 책임감을 느낀다." 당당하기로 소문난 기성용도 33년만의 카타르전 패배에 다소 위축됐다.
끝이 아니었다. 수위를 더 높였다. 이근호는 "아무리 아시아라 해도 다른 팀들은 120%하는데 우리가 안일하고 허술하게 하면 이길 수 없다"며 "다 쏟아냈을 때 조금 나을 뿐이지 힘 빼면 오늘 같은 결과 다시 나오지 말라는 법 없다. 선수들부터 정신 차리고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막내' 황희찬(잘츠부르크)도 용기를 냈다. 첫 골의 기쁨을 접어둔 채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의 몰락은 곧 선수들의 몰락이다. 남 이야기가 아니다.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럴 마음이 없다면 즉시 반납해야 한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