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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팔아 무너지는 팀? 제주의 무기는 '저력'이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7-13 07:56




제주는 결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

제주의 2016년은 찬란했다. 리그 3위로 K리그 클래식을 마치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발걸음이 당당했다. 스쿼드를 착실히 키웠다. 조용형 박진포 김원일 진성욱 이창근 이찬동 최현태 등 수준급 자원들을 영입했다. 2017년 리그 초반부터 불을 뿜었다. 전북을 제치고 1위에 눌러 앉았다.

하지만 기세가 꺾였다. ACL 16강 문턱서 아쉬움을 삼켰고, FA컵에서도 수원에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클래식까지 이어진 하락세. 제주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엎친 데 덮쳤다. 여름이 오면서 체력 부담도 가중되던 시점. 마르셀로가 일본 J리그 오미야 아르디자로 이적했다. 여기에 황일수까지 중국 슈퍼리그 옌볜으로 떠났다.

볼멘소리가 나왔다. '가뜩이나 힘든데 선수를 다 팔 생각인가?' 틀린 지적은 아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걱정이다. 이 우려에 제주가 '그들만의 방식'으로 답했다.

12일 제주월드컵경기장. 제주는 '1강' 전북과 맞붙었다. 벼랑 끝에 선 제주. 깜짝 카드를 꺼냈다. 이은범(21)과 이동수(23)다. 생소한 기대주들.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이은범은 전반 19분 기선을 제압하는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동수는 부지런히 뛰며 허리싸움에 힘을 보탰다. 최근 선발 출전 비율을 높이고 있는 공격수 진성욱도 최전방에서 사력을 다 했다.

2선도 훌륭했다. 이창민은 특유의 센스 넘치는 플레이로 전북을 위협했고, 전반 41분 팀의 두 번째 골을 뽑아냈다. 윤빛가람은 위협적인 공간패스로 공격을 지웠고, 안현범을 폭발적인 스피드로 수비 뒷공간을 노렸다.


'뒤에 있는 형님'들도 투혼을 발휘했다. 2-1로 앞서던 후반. 전북의 파상공세를 흐름은 '반코트 게임'이었지만, '캡틴' 오반석을 필두로 권한진 김원일이 온몸을 던져 막아냈다.

골키퍼 김호준은 쉴 틈 없었다. 고래고래 소리치며 수비를 조율했다. 풀백 정 운은 역시 든든했다. 중원 싸움에도 힘을 실었고, 최후방 빌드업도 도맡았다. 교체로 투입됐던 멘디, 문상윤 배재우까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투지를 불태웠다.

90분이 지났다. 결과는 제주의 2대1 승리. 제주 선수들은 종료 휘슬과 동시에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표정은 미소였다. 다리는 이미 풀렸다. 그런데 심장은 계속 뛴다. 승리의 아드레날린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제주의 본능이었다.

마르셀로, 황일수 공백은 부정할 수 없다. 여기에 이창민의 중동행도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기억을 1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지난 시즌 도중 '에이스' 송진형이 아랍에미리트(UAE) 알 샤르자로 떠났다. 이 때도 걱정이 컸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였다. 이창민이 있었다. 송진형의 빈 자리를 채우며 이창민은 성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마르셀로가 없기에, 또 황일수가 떠났기에 우리는 이은범의 질주를 볼 수 있었다. 선수를 팔기만 한다? 제주는 윤빛가람을 영입했고, 류승우를 품에 안으며 빈 자리를 채웠다.


영입만이 능사는 아니다. 뒤에 있는 선수들도 훌륭하다. 권용현 배재우가 버티고 있다. 부상 회복중인 김수범도 뛰어난 자원이다. 여기에 이은범이 자라고 있다. 참고로 전북전엔 '살림꾼' 권순형은 나오지도 않았다.

힘든 시간 버텨냈다. 전북전서 제주 선수들이 흘린 땀은 '눈물'과 다를 게 없다. 승점 3점 이상의 의미다. 반전의 신호탄이다. 제주의 무기는 몇 몇 스타선수가 아니다. 시즌 도중 핵심 선수들의 이적에도 반전을 일굴 수 있었던 이유. 그건 바로 저력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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