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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의 별명은 '여우'다.
한국땅을 밟은 그는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다시 한국에 와 영광이다. 한국은 아시아 최강팀 중 하나다. 한국전은 이란이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과의 경기는 늘 그렇듯 어려울 것이다." 맨유 시절 수석코치와 선수로 연을 맺었던 박지성에 대한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심을 드러내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기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이기는 경기를 하고 (최종예선) 무패, 무실점 경기를 이어가겠다." 승리를 목표로 하는 지도자들의 평범한 다짐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란전 승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전 무패를 이어온 자신감을 숨기진 않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이란의 '몽니'도 시작됐다. 서울의 한 호텔에 여장을 푼 케이로스 감독은 파주, 인천을 오가며 훈련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란축구협회는 '훈련장 상태가 나쁘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해외파 합류를 이유로 선수명단 제출도 미루고 있다. 훈련 일정 뿐만 아니라 장소를 두고도 볼멘소리를 할 태세다. 축구협회 측은 "케이로스 감독의 결정에 따라 (훈련 장소나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