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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로스의 여유, 신태용호 흔들기 시작됐다

기사입력 2017-08-27 20:21


ⓒAFPBBNews = News1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의 별명은 '여우'다.

신출귀몰한 전술, 화려한 경력 때문이 아니다. 이란 지휘봉을 잡은 그의 '화려한 입'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이란축구협회, 프로팀 감독들과 선수 차출, 조기소집 훈련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 '사퇴 선언'을 한 것만 수 차례다. 절정은 2013년 6월 18일 한국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최종전이었다. 이란은 한국을 반드시 이겨야 본선 직행이 가능한 절박한 상황이었다. 2012년 10월 이란 원정 당시 푸대접을 받았던 최강희 대표팀 감독(현 전북 현대)이 "우즈베키스탄보다 이란이 더 밉다. (최종전에서) 이란을 이겨 우즈벡과 함께 본선에 가겠다"고 말하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응수했다. 최 감독이 우즈벡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합성사진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이란을 무시한 최 감독이 사과해야 한다"며 '적반하장'식으로 맞받아쳤다. 최종전에서 1대0으로 이기자 한국 벤치를 향해 날린 '주먹감자' 세리머니는 지도자 자질을 의심케 할 만한 사건이었다. 2014년 평가전에선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승자의 여유'였을 뿐이다.

케이로스 감독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4년 전과는 딴판이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을 일찌감치 확정지으며 '숙제'를 마쳤다. 반면 한국 축구는 이란을 잡아야 본선 직행 희망을 살릴 수 있다. 뒤바뀐 운명의 아이러니다.

한국땅을 밟은 그는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다시 한국에 와 영광이다. 한국은 아시아 최강팀 중 하나다. 한국전은 이란이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과의 경기는 늘 그렇듯 어려울 것이다." 맨유 시절 수석코치와 선수로 연을 맺었던 박지성에 대한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심을 드러내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기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이기는 경기를 하고 (최종예선) 무패, 무실점 경기를 이어가겠다." 승리를 목표로 하는 지도자들의 평범한 다짐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란전 승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전 무패를 이어온 자신감을 숨기진 않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이란의 '몽니'도 시작됐다. 서울의 한 호텔에 여장을 푼 케이로스 감독은 파주, 인천을 오가며 훈련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란축구협회는 '훈련장 상태가 나쁘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해외파 합류를 이유로 선수명단 제출도 미루고 있다. 훈련 일정 뿐만 아니라 장소를 두고도 볼멘소리를 할 태세다. 축구협회 측은 "케이로스 감독의 결정에 따라 (훈련 장소나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케이로스 감독은 2위 싸움을 펼치는 한국, 우즈벡을 두고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신태용호가 케이로스가 펼친 수싸움을 이겨내고 행운이 아닌 실력으로 러시아행에 성공할 지 지켜볼 일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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