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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김학범의 진단 "광주, 자신감 찾아야 산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9-04 21:57



"지금 다른 건 없어. 선수 스스로가 깨고 나와야 해."

김학범 광주 감독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K리그판에서 소문난 '승부사' 김 감독은 또 한 번 도전을 택했다. 위기의 광주 사령탑에 앉았다. 지난달 16일 남기일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았다.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김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딱 한 마디 했다. "잔류, 자신 있다."

팀에 오자마자 가시밭 길이었다. 부임 3일만에 '클래식 1강' 전북과 붙었다. 결과는 1대3 참패. 하지만 김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전북을 상대로 몇 가지 실험을 했는데 소득이 있었다."

한데 또 졌다. 지난 2일 제주에 0대1로 패했다. 제주 이창민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했지만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당연히 어렵다. 쉬울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밝은 목소리였지만 고민은 깊었다. "나는 강원, 성남에서 1부 리그 생존을 위해 싸운 경험이 있고 해냈다"며 "어떻게 운이 따라준 측면도 있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상상 이상의 고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금와서 생각해도 잔류라는 건 너무 힘들다. 심적인 압박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몇 가지 변화를 줬다. 일단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바꿨다. 김 감독은 "밖에서 보고 안에서 직접 광주를 느끼면서 스리백이 더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어느 하나로 딱 정하진 않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스리백과 포백을 적절히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제주전에선 브라질 출신 공격수 완델손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 교체 카드로 활용했다. 김 감독은 "외국인선수라고 해서 무조건 주전, 선발을 보장할 생각은 없다"며 "최상의 컨디션을 갖춘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김 감독 마음에 걸리는 건 딱 하나다. 바로 선수들의 자신감이다. 김 감독은 "어리고 성실한 선수들이다. 감독 지시를 120% 하려고 애를 쓰는 게 보이는데…"라며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성적이 따라주지 않다보니 자신감이 부족하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감 회복을 위한 왕도는 없다. 선수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김 감독은 "다른 방법이 없다. 선수들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게 유일한 길"이라며 "사실 지금 광주 상황에선 포메이션, 전술도 큰 의미는 없다. 워낙 훈련이 잘 돼있다. 결국 중요한 건 '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생존은 자신감 싸움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그리고 팀에 대한 믿음을 잃는 순간 끝"이라며 "나는 우리 선수들이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에 웃을 수 있도록 흔들리지 않고 뒤에 서 있겠다"고 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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