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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한국시각) 이란전을 중계하던 시리아 캐스터의 목소리엔 힘이 빠져 있었다.
2007년 동남아 4개국이 공동개최한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라크를 떠올리게 하는 행보였다. 당시 전쟁의 포화를 뚫고 조별리그에 오른 이라크를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8강에서 베트남을 완파할 때만 해도 '운이 좋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4강에서 한국을 승부차기 끝에 누르자 '이변'은 '기적'으로 바뀌었다. TV 앞에 모여 4강전을 지켜보던 이라크 시민 190여명이 자살폭탄 테러에 희생됐다는 소식까지 들리자 세계가 이라크를 응원했다. 결국 이라크 선수단은 8만8000여 관중이 모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1대0으로 꺾고 사상 첫 대회 우승을 일궜다. 매경기에 앞서 스크럼을 짜고 파이팅을 외친 뒤 자국 팬들에게 달려갔던 선수들은 눈물바다 속에 우승트로피를 치켜들었다. 이라크 골키퍼 누르 사브리는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은 승리"라며 흐느꼈다.
시리아는 오는 10월 B조 3위 호주와 0.5장의 본선 티켓이 걸린 홈 앤드 어웨이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아시아 최강 중 한 팀으로 꼽히는 호주가 우세하다는게 중론이다. 호주를 꺾어도 북중미-카리브해(CONCACAF) 최종예선 4위팀과의 대륙간 플레이오프가 기다리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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