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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 포항, 벼랑 끝서 기사회생 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7-09-20 21:20



"축구가 재미있어야 하는데..."

20일 포항 스틸야드. 포항 구단 관계자는 대뜸 한숨부터 쉬었다.

그럴 만도 했다. 강원전을 앞둔 포항은 '2년 연속 스플릿 그룹B행'의 벼랑 끝에 섰다. 이날 강원에 패하면 33라운드까지 남은 3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7~12위 팀들이 포진하는 그룹B행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45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가', 지난 5년 간 K리그 우승(2013년), FA컵 2연패(2012~2013년), ACL 4회 출전(2012~2014년, 2016년)의 역사를 썼기에 더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물이다. 불과 한 해 전 강등권을 헤매는 악몽을 꿨던 만큼 더 이상의 추락은 용납할 수 없었다. 안방에서 운명을 걸고 원정팀과 싸워야 하는 구단 관계자 입장에선 한숨이 절로 나올 법한 상황이었다. 불과 나흘 전 전북 현대에게 안방에서 0대4로 참패한 악몽도 여전했다.

최순호 포항 감독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달리 수가 없다. 사생결단이다." 전북전 패배 뒤 선수단과 '단체 사우나'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는 최 감독은 "(전북전 같은 패배를 당하면) 선수단이 침울해질 수밖에 없다. 나라도 나서서 뭔가 말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경기 외적인 이야기들로 분위기를 추스르면서 안정감을 찾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승부는 예상대로 난타전이었다. 전반 15분 룰리냐의 헤딩골로 기선을 제압한 포항은 전반 22분과 후반 8분 연속 실점하면서 역전을 내줬다. 선수들의 시선은 땅을 향했고 벤치의 최 감독도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가 '패배 공식'을 떠올렸다.

나흘 전의 악몽은 없었다. 포항은 후반 11분 양동현의 동점골을 시작으로 후반 30분 심동운의 결승골, 후반 36분 룰리냐, 후반 43분 이상기의 쐐기포까지 더해 5대2로 승리했다. 최 감독은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포효했고 스틸야드에는 오랜만에 승리찬가인 '영일만 친구'가 힘차게 울려퍼졌다.

이날 승리로 포항은 승점 37이 되면서 강원(승점 41)과의 격차를 4점으로 줄였다. 그룹A 진출 가능성을 이어간 것 뿐만 아니라 전북전 대패의 여운까지 지운 짜릿한 승리였다. 또한 울산 현대에 이어 K리그 두 번째로 통산 500승 달성의 기쁨도 누렸다. 강원은 이날 이범영 대신 신예 강모근에게 골문을 맡겼지만 4실점을 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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