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폐허에서 '승격 99.9%', 다시 일어선 경남의 세 가지 비결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10-09 21:17


8일 창원축구센터. '챌린지 1강' 경남은 '추격자' 부산을 2대0으로 누르며 클래식 직행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승점 70점을 기록한 경남은 부산(승점 61)과의 격차를 승점 9점으로 벌렸다. 이제 남은 건 단 3경기 뿐이다.

경남은 다득점(경남 63골, 부산 48골)에서도 크게 앞선다. 남은 3경기에서 부산이 5골 이상씩 넣고 전승, 경남은 무득점 전패해야 역전이 가능하다. 경남의 승격 확률은 99.9%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2014년 챌린지 강등 후 경남은 그야말로 '폐허'였다. 전임 대표들의 방만한 운영으로 팀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팬들의 관심도 차갑게 식었다. 죽지 못해 사는 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희망이 없던 팀, 경남이 다시 일어섰다. 혹자는 '말컹 효과'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말컹은 홀로 22골을 터뜨렸다. 큰 힘을 보탰지만 말컹이 전부는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기적을 만들곤 한다. 경남이 그렇다.




조기호 경남 대표. 사진제공=경남FC
▶상식과 합리

경남 부활의 첫 단추는 구단 운영의 정상화였다. 그간 상식 이하의 운영 속에 속이 곯아왔다. 비합리와 부조리가 판을 쳤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진 것은 조기호 대표가 선임된 2016년 3월부터였다. 어두웠던 그림자가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경남 진주 부시장, 창원 제1부시장 출신의 조 대표는 축구는 잘 몰랐지만 운영과 행정은 잘 알았다.

조 대표는 귀를 열고 직원들의 직언을 들었다. 지역사회 이 곳 저 곳을 뛰며 후원을 유치했다. 부지런한 조 대표에게는 철칙이 있다. '생각은 신중히, 결단은 빠르게.'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일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무명 중의 무명' 말컹의 임대와 신속하게 이뤄진 완전 영입 결정. 그 뒤에는 조 대표의 빠른 결단이 있었다.


"시즌 초반에 직원이 빨리 말컹을 완전 영입하자는데 들어보이까네 말이 되더라고. 지금 봐도 말컹 잘 데려왔다 아이가."



▶정확한 안목

경남의 눈은 정확하다. 데려오는 선수마다 터진다. 말컹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함께 온 브루노도 '복덩이'였다. '임대생' 정원진의 가치도 일찌감치 알아봤다. '노장' 최재수는 나이를 잊었고, 여름에 합류한 권용현도 팀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는다. 기량과 잠재력만 따진다. 가장 중요한 건 '간절함'이다. 뛰는 것 자체가 소중한 선수, 짧은 시간이라도 미친 듯 뛸 수 있는 선수, 팀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선수. 경남은 그런 선수들을 찾아 방방곡곡을 누볐다.



▶김종부 리더십

프런트와 선수들은 '김종부 찬양' 일색이다. 말컹의 에이전트도 거들었다. "김종부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말컹은 겨울에 짐 쌌을 수도 있다." 말컹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믿고 기다려줬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조용한 성격이다. 말수도 적다. 하지만 그가 한 번씩 던지는 말은 늘 핵심을 관통한다. "말수가 없으신데 전술 지시는 디테일하다. 시킨 대로 뛰면 정말 골이 나온다." 정원진의 증언이다. 최재수도 "짚을 부분만 정확하고 확실하게 짚어주시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뛰어난 프런트와 아무리 좋은 선수가 있어도 요리는 감독의 몫이다. 과묵한 김 감독은 시즌 내내 말을 아꼈다. 대신 결과로 보여줬다. 경남의 승격 확률은 99.9%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또 터졌다. 프로토 78회 해외축구 필살픽 1395% 적중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