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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당신을 보내드리지 못하였습니다.'
23일 부산 구단에 따르면 오는 25일 오후 7시30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FA컵 준결승 부산과 수원 삼성의 경기에 앞서 고 조진호 감독 추모식을 치르기로 했다.
구덕운동장은 고 조 감독의 축구열정과 땀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마지막 일터였다. 부산 구단이 홈경기장을 구덕운동장으로 옮겨 '추억의 구덕 부활시대'를 추진하면서 올시즌 부산에 부임한 고인과 구덕운동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지난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고 조 감독은 12일 영결식을 거쳐 경남 김해에서 화장(火葬)을 마친 뒤 경기도 광주의 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비록 하늘로 떠난 영혼이지만 부산을 떠난 지 13일 만에 자신을 기억해주는 축구팬과 제자, 축구인들을 만나러 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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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구단은 수원과의 준결승이 중요한 경기인 만큼 선수들 사기가 너무 침체되지 않도록 추모행사를 최대한 신중하게 치르기로 했다. 경기에 앞서 묵념과 함께 고인을 추억하는 희귀 영상이 소개될 예정이다.
구단은 조 감독의 선수시절 영상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닌 끝에 고인의 집에 보관하고 있던 영상 자료를 극적으로 찾았다고 한다. 1991년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포르투갈) 남북단일축구팀으로 출전했던 장면을 녹화해놓은 영상이었다. 당시 조 감독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1대0 결승골의 출발점이 된 프리킥을 얻어내는 등 강호 아르헨티나를 꺾는 이변을 도운 바 있다. 구단은 이 영상을 비롯해 고인의 현역 시절 활약상을 편집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과 추억을 공유한다.
경기장 밖에서는 접착식 메모지로 꾸며지는 대형 추모게시판이 설치된다. 마음으로는 아직 고인을 떠나보내지 못한 팬들이 추모 메시지를 자유롭게 전할 수 있는 공간이다.
부산 구단은 "아쉽지만 고인의 유가족은 이날 참석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젊은 나이에 가족을 잃은 충격으로 인해 황망한 상황이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최만희 부산 구단 대표는 "지난 주 유가족을 초대해 위로의 자리를 마련하고 향후 대책 등을 의논하려고 했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지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했다. 시간이 지나 좀 진정되면 반드시 찾아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단은 팬들의 추모 메시지와 팬이 직접 그린 고인의 캐리커처 초상화 등을 편집한 자료집을 만들어 유가족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캐리커처는 포항 스틸러스 축구팬의 작품인데 조 감독이 포항에서 4시즌 활약했던 인연 때문에 기증하기로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