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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구덕운동장이 추억의 축구 성지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1980∼1990년대 대우 로얄즈(부산 아이파크 전신) 시절 한국축구의 메카로 자리잡았던 구덕운동장에서 추억을 되살리고 부산 축구열기의 부활을 꾀하자는 취지였다.
구덕운동장으로 이사온 지 한 시즌이 거의 끝나가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실 구덕운동장을 찾은 부산 팬들이라면 첫 인상부터 썩 좋은 게 아니다.
부산 구단 관계자들은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 비하면 접근성이나 시설이 너무 뒤처져서 축구팬들을 모시기에 죄송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면서 "구단으로서도 팬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공을 들였지만 주어진 여건의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외관만 그런 게 아니다. 양팀 선수들이 사용하는 라커룸 역시 옛날 시설 그대로여서 선수들이 경기 후 샤워를 하기에도 불편하기 짝이 없다. 유니폼 등 선수들 개인용품 보관용 옷장도 변변치 않다. 구단 비용을 들여 목욕탕 옷장 같은 것을 비치한 것이 그나마 최신 시설이다.
다만 그라운드 잔디 상태는 국내 최상급이다. 요즘 유행어로 '웃프다(웃기다+슬프다)'고 해야 할까. 예전에 구덕운동장을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아서 잔디가 잘 보존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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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별세한 고 정용환 감독의 영혼을 모시고 추억의 레전드 행사를 여는가 하면 최근 세상을 떠난 조진호 전 감독의 추모식까지 치른 장소가 됐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이다. 몇년 가야 있을까 말까한 '희로애락'이 한꺼번에 함축된 한 시즌이었다.
그래도 구덕운동장 효과는 만점이다. 올시즌 현재까지 부산은 K리그 챌린지 17경기를 치르면서 총 4만1988명의 관중을 유치했다. 경기당 평균 2470명이다. 작년 사직동(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시절 20경기 평균 1534명이었다. 작년 대비 평균 1000명 가까운 62%가 증가한 수치다. 올시즌 챌린지 10개 구단 전체 평균(2337명)보다도 여유있게 웃돌았다.
3월 11일 부산-안산전(6337명), 7월 15일 부산-경남전(4845명)에서는 단일 라운드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클래식 리그 소속이었다 하더라도 사직동 시절이라면 사실 꿈도 꾸지 못할 기록이다.
고 조진호 감독이 남겨놓은 작은 듯, 의미있는 업적도 있다. 올시즌 구덕운동장에서 거둔 홈승률은 67.6%(8승7무2패)다. 2011년(73.3%·9승4무2패)이후, 클래식-챌린지 시스템이 도입된(2013년) 이후 가장 높은 홈경기 승률이다. 그만큼 부산 팬들의 즐거움 수치도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구단의 보이지 않는 업적도 있다. 구덕운동장 인근 서·사하구를 비롯해 부산지역 각 기초자치구들과 부산시의 단체장들이 부산 축구의 후원인 가입 릴레이를 펼쳤다. 구덕운장으로 이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산 구단은 "올시즌이 끝난 뒤 구덕운동장을 조금이라도 더 개선할 곳이 있는지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