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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분석]'들불'같은 멕시코, 화끈하며 종잡기도 어렵다

기사입력 2017-12-05 22:14


ⓒAFPBBNews = News1

바람만 타면 사방팔방으로 번져가는 '들불'같다.

다혈질, 자유분방. 북중미 사람들의 특성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단골 표현이다. 평균 해발고도 1800m의 고원을 뛰놀던 '아즈텍의 후예' 멕시코의 뜀박질이 딱 이런 모양새다. 선수단 대부분이 1m70대의 크지 않은 체구지만 부리부리한 눈매는 매섭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투쟁적인 볼에 대한 집착은 멕시코 축구의 혼이다.

1930년 월드컵 무대에 첫 발을 디딘 후 다가올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총 16차례 본선에 올랐던 그들의 최고 성적은 6위(1970년, 1986년)다. 월드컵 본선을 밟은 횟수는 많지만 멕시코의 한계는 16강 또는 잘 해봐야 8강 정도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다크호스'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단 멕시코는 '북중미의 제왕'이다. 북중미 최강자를 가려내는 골드컵 우승만 10회에 달한다. 러시아월드컵 북중미예선에서도 1위를 차지, 당당히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AFPBBNews = News1
그렇다고 북중미에서만 주름 잡는 골목대장으로 보면 곤란하다. 한 번 타오르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들불'같은 플레이 스타일 때문이다. 멕시코의 불길은 연소체를 가리지 않는다. 상대가 강할수록 오히려 더 뜨겁게 타오른다.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이 2015년 지휘봉을 잡고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최근 경기력이 올라오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일전(3대3 무)이 멕시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멕시코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 벨기에를 적지에서 거침없이 물어뜯었다. 여기 저기 들쑤시는 통에 불길을 종잡기도 어려웠다.

멕시코의 기본 포메이션은 4-3-3이었다. 공격진은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웨스트햄)를 축으로, 좌우에 이르빙 로사노(PSV아인트호벤), 카를로스 벨라(소시에다드)를 세웠다. 안드레스 과르다도(베티스), 디에고 레예스, 헥토르 에레라(이상 포르투)가 중원에 포진했다.

오소리오 감독은 벨기에전 90분 동안 전형을 수 차례 바꿨다. 스리백 전환은 물론, 수비형 미드필더의 숫자도 수시로 바꾸며 벨기에를 상대했다.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왼쪽). ⓒAFPBBNews = News1

가장 돋보였던 건 역습의 속도. 에르난데스, 로사노, 벨라는 항상 하프라인 부근을 지키고 섰다. 멕시코 수비가 공을 따낸 뒤 단번에 벨기에 수비 뒷 공간으로 찔러주면 빠른 속도로 파고들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에르난데스의 움직임. 에르난데스는 최전방 공격수지만 측면의 벨라, 로사노 보다 한 박자 늦게 침투했다. 수비수들의 눈이 측면 공격수들에게 쏠린 틈을 타 빈 공간으로 쇄도하기 위함이었다.

에르난데스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면 2선의 과르다도, 에레라를 포함, 풀백 살시도와 라윤까지 벨기에 페널티박스 근처로 올라왔다. 세컨드 볼 싸움에 힘을 싣는 동시에 중거리 슈팅을 노리는 포석. 벨기에 입장에선 누가 수비수고, 누가 공격수인지 제대로 분간키 어렵다. 멕시코의 골은 이런 혼란 속에서 호쾌한 슈팅을 통해 터져나왔다. 득점원이 다양한 것도 이 때문. 멕시코가 월드컵 북중미 예선서 기록한 16골, 이는 무려 11명의 합작품이었다.


헥토르 모레노. ⓒAFPBBNews = News1
상대 위험지역에서 타오르는 멕시코의 들불. 그 시발점은 최후방 수비수 헥토르 모레노(AS로마)다. 축구 지능이 매우 뛰어난 모레노는 벨기에 공격을 차단한 뒤 예리한 왼발 킥으로 멕시코 공격에 불을 지폈다. 특히 상대 수비라인 뒷 공간으로 떨구는 빠른 속도의 롱 패스가 일품이었다.

화끈하고 다채로운 멕시코의 공격, 그 뒤엔 그림자도 있었다. 바로 수비 집중력이다. 특히 상대 2선 침투에 매우 고전했다. 멕시코의 '고질병'이다. 무게중심을 공격에 두고 싸우는 탓이다. 오소리오 감독도 이 점을 의식, 벨기에전엔 사실상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운영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후반 실점이 많은 것도 약점이다. 최근 A매치 5경기에서 내준 8점 중 절반이 넘는 6점을 후반에 허용했다. 다혈질 성향으로 심리전에 쉽게 휘말려 위험지역 파울을 자주 범하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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