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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의 올 겨울이 유난히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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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할말은 있다. 이번 대회는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까지 지휘봉을 잡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처음으로 치르는 국제대회였다. 모리야스 감독은 '도쿄올림픽 대비 육성'을 명분으로 21세 이하 선수들로만 스쿼드를 꾸렸다. 일본 축구계도 이 점을 감안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우즈벡전 패배 외에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아시아 경쟁국들의 발전상이나 흐름에 대한 고민은 엿보이지 않는다. 좀 더 심하게 표현하면 '굳이 신경쓸 필요 없다'는 의도적 무시의 느낌마저 들 정도다.
지난 20년간 일본 축구의 지향점은 '탈아시아'였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통해 본선행의 꿈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아시아'는 넘어야 할 벽이었다. 이후 일본 축구가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한 뒤부터는 축구선진국인 유럽-남미와 발 맞춰 가야 한다는 기류가 흘렀다. 유럽-남미와 시즌 운영 사이클을 맞추기 위한 J리그의 추춘제 도입이나 국내 선수풀을 사실상 개방한 독일 분데스리가와의 협약은 이런 기조와 무관치 않다. 선진국의 장점을 흡수해 강점으로 만든다는 명확한 목표였다. 반면 '뿌리'이자 '바탕'인 아시아 내에서의 행보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번 대회 충격파가 일본 내에서 크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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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J리그의 시스템과 행정, 자금력은 아시아 최고라 부를 만하다.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장을 앞세운 축구 외교력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일본 클럽이나 대표팀의 오늘에 '최고'라는 수식어가 뒤따르진 않는다. 최근 수 년 간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성적, 월드컵-올림픽 본선에서의 결과물이 그렇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세계 무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선 먼저 아시아 최고가 돼야 한다. 지금의 일본 축구 뿐 아니라 한국 축구도 잊지 말아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스포츠2팀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