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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의 연승 행진이 막혔다.
수원으로서는 맥빠지는 승부였다. 경기 시작부터 뭔가 풀리지 않은 흐름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풀어내지 못했다.
수원에게 전반은 꼬임의 연속이었다. 알고도 당했고, 운도 없었다. 볼 점유율이나 공격력 등 경기 내용에서는 수원이 압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가시마가 가져갔다.
아크 정면에서 왼쪽 측면 패스를 받은 엔도가 수원 수비 뒷공간으로 절묘하게 찔러준 공이 골로 연결된 것. 수원 서정원 감독은 전날 미디어데이에서 "가시마는 공격수를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시켜 찬스를 만드는데 능하다"며 경계한 바 있다. 경기 초반이라 수비라인이 미처 정비되지 못한 사이 알고도 허를 찔린 셈이다.
이후 가시마는 철저하게 수비축구로 일관했다. 미드필더가 좀처럼 하프라인을 넘지 않고 수비 숫자를 대폭 증강해 수원의 연이은 공격을 막았다. 수원은 양 측면, 중앙 여러가지 공격 루트를 두드렸지만 밀집수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렇게 답답하기만 하다가 23분 천금같은 찬스가 왔다. 바그닝요가 페널티에어리어에서 레오 실바의 반칙에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은 것. ACL 2경기 연속골을 기록중인 해결사 데얀이 키커로 나섰다. 하지만 데얀의 킥 방향을 감지한 가시마 골키퍼 권순태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권순태는 사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상태였다. 하지만 가시마는 K리그를 잘아는 '지한파' 권순태를 전략적으로 선발 투입했는데 톡톡히 효과를 본 셈이다.
동점골 기회를 아쉽게 날린 수원은 공격의 고삐를 더욱 죄어갔지만 조급한 나머지 정교하지 못했고, 허망하게 전반을 마쳐야 했다. 변화가 필요한 후반전, 가시마가 먼저 변했다. 리드를 지킨 자신감을 앞세워 라인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전반에 체력을 아껴둔 까닭에 움직임도 수원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후반 14분 뒷공간 공략에 또 당했다. 쇼지가 아크 정면에서 툭 띄워준 공을 뒷공간으로 침투하던 스즈키가 헤딩으로 방향을 틀었고 가나자키가 또 마무리했다. 수원 수비의 오프사이드 라인을 무너뜨리고 골키퍼를 꼼짝못하게 한 추가골이었다.
이후 내내 답답하다가 43분 크리스토밤이 권순태의 가랑이 사이를 관통하는 만회골을 넣었지만 남은 시간이 아쉬웠다.
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