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슷한 생각이겠죠."
갈림길이었다. 종전까지 포항(승점 13)과 강원(12)은 승점 1점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7위와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상위권으로 도약하거나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상황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득점이 중요한 경기. 그러나 양팀 감독은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외국인 에이스'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강원은 '소양강 폭격기' 제리치(26·세르비아), 포항은 '해결사' 레오가말류(32·브라질)를 벤치에 남겨뒀다.
경기 전 인터뷰에 나선 송 감독은 "제리치는 지친 것 같아서 벤치로 뺐다. 데이터를 보면 제리치는 정말 많이 뛴다. 그런데 직전 전북전에서는 반도 뛰지 못했다. 본인도 지친 것 같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리치가 후반 '교체카드'라는 사실에는 변함없었다. 송 감독은 "우리팀 입장에서 제리치는 매우 중요한 선수다. 선발에서 제외하면서 체력 회복에 도움을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강원의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첫 발을 뗀 제리치는 종전까지 9경기에서 7골-3도움을 기록했다. 원정팀 최순호 포항 감독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최 감독은 종전까지 4골을 뽑아낸 레오가말류를 후반 조커로 투입해 변화를 줄 계획이었다.
경기 뒤 송 감독은 "경기 내용에서는 썩 나쁘지 않은데 공격수들이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확실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며 "제리치는 전반을 벤치에서 보내면서 체력은 회복한 것 같다. 그러나 볼을 유지하고, 연계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더 세밀해야 한다"고 씁쓸해 했다. 특히 경기 종료 직전 포항 수비수가 퇴장, 수적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도 득점에 성공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아쉽다"고 짧게 평했다.
최 감독 역시 "멀리 왔다. 낯선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했지만, 골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선수들은 열심히 노력한 경기였다"고 짧게 평했다. 열심히 두드렸지만 끝내 열리지 않은 골문. 발톱을 숨겼던 두 팀은 승점 1점씩 나눠갖는 데 만족했다. 춘천=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