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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분석]ACL 최다 37골 레전드 40세 이동국, 그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9-03-07 16:00


전주=연합뉴스

"(이)동국이형은 지금도 잘 한다. 국가대표팀에 추천해야 하는 거 아닌가."

벤투호 최태욱 코치는 K리그 최고 베테랑 이동국(40·전북 현대)의 플레이에 찬사를 보냈다. 최태욱 한국축구 A대표팀 코치는 국가대표 출신으로 선수 시절 이동국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동국 보다 앞서 은퇴했고, 현재 벤투 A대표팀 감독을 돕고 있다. 그는 마이클 김 코치와 함께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전북 현대-베이징 궈안전(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을 관전하면서 예비 태극전사들을 점검했다.

이동국은 베이징전에서 단연 돋보였다. 전북이 3대1 완승을 거뒀다. 이동국은 결승골과 1도움을 올렸다. 1-1 상황에서 한교원의 패스를 넘어지면서 차 넣었고, 정확한 크로스로 김신욱의 헤딩 쐐기골을 어시스트했다. 이동국은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고, 후반 31분 교체됐다. 전북 팬들은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전북 새 사령탑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 출신)은 베이징전서 이동국 카드를 김신욱 보다 먼저 썼다. 대구FC와의 개막전(1대1)에선 김신욱을 선발, 이동국을 교체로 투입했다. 당시 전북의 공격 완성도는 떨어졌다. '선 수비 후 역습'을 펼친 대구 상대로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이 잘 안 통했다.

이동국은 베이징전서 나이 40세 선수라고는 믿기 어려운 경기력와 움직임을 보였다. 그는 날렵한 선수는 아니다. 그렇다고 움직임의 폭이 아주 넓은 공격수도 아니다. 그런데 베이징전에선 이상하리 만큼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고, 상대 수비수를 압박했다. 그 과정에서 옐로카드(경고)를 한장 받기도 했다. 이 점은 최강희 감독 때와 지금 모라이스 감독 아래에서의 차이다.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에게 많은 주문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국인 모라이스 감독은 K리그 레전드 이동국을 존중하지만 젊은 선수와 똑같은 경쟁을 요구한다. 이동국은 훈련 때 경쟁에서 이겨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이동국은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베이징전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선발이든 교체든 나에게 주어진 임무가 있다. 100%를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다. 어떤 상황이 와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국의 결승골로 모라이스 감독은 전북에서 첫승을 챙겼다. 모라이스 감독은 아이 처럼 뛰면서 좋아했다. 이동국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동국은 베이징전 골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개인 통산 최다인 37호골을 기록했다. 이동국이 앞으로 골을 추가할 때마다 기록은 자체 경신된다. 그는 "어차피 기록은 깨진다. 지금 보다 은퇴할 때 기록을 갖고 있는게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기록의 사나이'다. K리그 통산 215골-75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동국과 동갑 친구인 현영민 해설위원은 "이동국은 언제 봐도 변함이 없다. 지치는 걸 모른다"고 말한다. 김상식 전북 코치는 이동국의 건강함과 회복력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그는 "이동국은 뭐든 잘 먹고 금방 피로를 푼다. 같이 술을 먹어보면 회복 속도에 놀란다"고 말했다. 지금의 이동국을 만든 아버지 이길남씨도 기골이 장대하다.
전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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