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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선두요? 저도 의아해요."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순도다. 후반 교체로 나서는 배기종은 매 경기 드라마를 쓰고 있다. 세 골은 팀의 패배를 막는 동점골이었고, 한 골은 승리를 안기는 결승골이었다. 배기종이 경남에 안긴 승점이 6이나 된다. 배기종의 활약 속, 초반 수비 불안으로 흔들리는 경남은 그래도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배기종은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 뛰어도 찬스 하나 정도는 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집중하는 것이 골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사실 배기종은 처음부터 조커가 아니었다. 배기종은 "올 시즌에도 보직을 조커로 정한 것이 아니었다. 동계때도 선발로 많이 뛰었고 개막해서도 선발로 뛰었다"고 했다. 로테이션을 돌리는 과정에서 배기종은 교체투입때마다 득점을 올렸고, 자연스럽게 보직도 변경되었다. 조커로 뛴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 흐름을 쫓아야 하고, 호흡이나 템포도 맞춰야 한다. 그래서 선수들은 선발로 풀타임을 뛰는 것이 더 낫다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간 선발로 계속 뛴 배기종도 마찬가지다. 그는 "도중에 들어가서 뛰는게 여전히 힘들다. 반게임을 뛰면 차라리 나은데, 25~30분 뛰는 거는 정말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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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종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스럽다. 그는 "선수생활하면서 주목을 받은 적이 많지 않다. 이 나이에, 어린 선수들도 있는데 나에 대한 기대치만 높아지는게 아닌가 싶어서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자꾸 극장골이 나오는 상황 자체를 경계하고 있다. 배기종은 "밖에서 보면 재밌는 경기겠지만, 선수들은 힘들어 죽는다. 만회하려고 하다보면 심적으로 힘들다. 지다가 비기고, 비기다가 이기는 것도 한두번이다. 이런 경기가 많아지면 시즌 전체적으로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래도 반등할거라는 자신감은 있다. 배기종은 "확실히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병행하는게 힘들다. 그래도 아직 초반이고, 수비 조합도 100% 꾸려지지 않았다. 공격에서 매경기 골이 나온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더 괜찮아 질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배기종은 후배들을 도닥 거리고 있다. 배기종은 "이 나이에 '올 시즌 몇골을 넣겠다' 이런 목표를 정해놓고 뛰지 않는다. 한경기 한경기 최선을 다할뿐이다. 골은 덤이다. 다만 경남이 다시 상위스플릿에 올라가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까지 갈 수 있도록 주춧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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