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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전북-서울 맞대결 '이래서 더 짜릿한 명승부였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9-04-29 05:28



'이래서 명승부다.'

최강 전북 현대와 FC서울이 올시즌 첫 선두 대결에서 드라마같은 승부를 선사했다.

전북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9라운드 FC서울과의 홈경기서 2대1로 승리했다.

이로써 전북은 6승2무1패를 기록하며 승률 동률을 이루던 서울을 밀어내고 선두 행진을 이어나갔다. 승리는 전북의 몫이었지만 서울도 수적 열세를 딛고 짜릿한 한판승부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많은 화제가 걸렸던 이날 맞대결에서 극장같은 장면이 경기 종료 직전까지 이어져 화창한 봄날 보는 재미를 한층 더했다.

▶화제의 매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에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전설 매치', '승점 6점 대결', '레전드 매치', '창과 방패'. 전북 구단이 명명한 '전설 매치'는 전북+서울(설=서울의 줄임말)의 뜻에 K리그에서 우승 경쟁을 양분했던 '전설'적인 두 팀의 의미를 더했다. 한동안 서울은 전북의 상대가 아니었지만 최용수 감독이 복귀한 이후 올시즌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리그를 양분했던 시절을 떠오르게 하고 있다. 여기에 8라운드까지 5승2무1패로 울산과 함께 동률인 전북과 서울은 다득점에서 순위가 갈렸을 뿐이었다. 이날 맞대결 승리하면 선두 경쟁자 한 팀을 밀어낼 수 있는 승점 6점이 걸린 빅매치다. 창과 방패의 키워드 또한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전북은 8라운드 현재 최다득점(16골)의 막강한 창을, 서울은 최소실점(4실점)의 탄탄한 방패를 보여줬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레전드 매치'를 하나 더 붙였다. 최전방에 선발 출전한 이동국(40)과 박주영(34)을 지목한 것이었다. 이동국과 박주영은 K리그 공격수 가운데 현존하는 '레전드'다. 이동국과 박주영이 선발로 만난 것은 2017년 7월 23일 이후 2년만이었다. 이동국은 여전히 건재했지만 박주영은 최 감독이 서울을 떠난 사이 중용되지 못했다. 최 감독 복귀 이후 박주영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 가운데 성사된 선발 대결이라 팬들의 관심은 더 높았다.


▶아쉽게 '기울어진 운동장'


두 팀은 경기 초반부터 빅매치다운 면모를 한껏 보여줬다. 최 감독의 배짱이 좋았다. 그는 경기 전 "우리가 최소실점이지만 결코 내려서지 않겠다. 전북같은 최강팀을 상대로 우리의 한계를 느껴보고자 한다. 승패를 떠나 멋진 승부를 펼치겠다"고 장담했다. '창-방패'가 아닌 '창-창'의 대결을 예고한 것. 그의 말대로 서울은 전북에 당당히 맞섰다. 라이벌 대결인 만큼 다소 격렬한 장면도 '양념'이었다. 볼 경합을 위해 양 팀 선수가 접촉하면 어느 한 명은 쓰러지기 일쑤였다. 전반 7분에는 페시치와 김진수가 격하게 감정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양쪽 선수들이 집단 충돌 직전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렇게 두 팀은 전운을 고조시키면서 흥미진진하게 치고 받았다. 하지만 전반 32분 다소 김이 빠졌다. 서울의 알리바예프가 이승기와 경합하던 중 2번째 경고를 받으며 퇴장당한 것. 과격한 파울은 아니었지만 팔을 사용한 게 결정타였다. 순식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끝까지 쫄깃쫄깃한 명승부쇼

전북같은 팀을 상대로 수적 열세까지 되면 사실상 '게임 끝났다'고 보는 게 보편적인 시선이다. 틀리지 않았다. 전북은 알리바예프 퇴장 이후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래도 최 감독은 '배짱'을 포기하지 않으며 여전히 팽팽했다. 하지만 상대의 약점을 놓칠 전북이 아니다. 전반 44분 이승기가 문전에서 문선민과의 절묘한 패스워크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더 잃을 게 없는 서울, 1골에 만족할 수 없다는 전북. 각자 다른 이유로 후반도 계속 화끈했다. 후반에만 경고 3개가 더 나왔고 '잡고, 걷어차고, 쓰러지고'가 속출했다. 손에 땀을 쥐는 시간만 흘려보냈을까. 후반 종료 직전 대미를 장식하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43분 서울에 먼저 '극장쇼'가 일어났다. 역습 상황에서 페시치가 천금같은 동점골을 넣었다. 서울의 승리같은 분위기였다. 추가시간인 50분 서울 문전 혼전 상황에서 전북 김신욱이 상대 수비와 경합 중 쓰러졌다. VAR(비디오판독 시스템)이 선언됐지만 페널티킥은 아니었다. 서울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안도도 잠시. 진짜 '극장쇼'가 전북에 일어났다. 추가시간 6분쯤 한승규가 김신욱이 머리로 떨궈준 것을 왼발 터닝슛으로 밀어넣었다. 극에 달한 홈팬들의 함성 데시벨은 축포 소리와 함께 전주경기장을 뒤덮었다.
전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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