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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광장. 2019년 FIFA U-20월드컵 준우승 환영행사에서 "누나가 둘 있는데, 소개해주고 싶은 동료가 있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이강인(18·발렌시아)은 이렇게 답했다.
스포츠조선은 환영식 행사 이후 두 선수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공식입장(?)을 들어봤다. 엄원상은 "(이)강인이가 선택해준 건 어찌 됐든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장난으로 말한 거니까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19명의 형 중 왜 엄원상일까. "잘 모르겠다. 저를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닐까"라며 웃었다.
전세진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답을 하기 직전 치밀하게 PICK 대상자를 귀띔했다는 것. 전세진은 "별생각 없이 웃어넘겼다. 실제로 소개팅이 들어온다면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장난으로 말한 것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받아들일 건 아닌 것 같다. 따로 왜 나를 골랐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엄원상은 "솔직히 친한 동생(이강인)의 누나와는 소개팅하고 싶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전세진은 "왜 정상적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다 똑같이 잘 지냈다. 강인이가 해외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선배라고 어려워하지 않고 팀 동료처럼 대했다.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편했다. 뭘 해도 미워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엄원상은 "제가 동생처럼 강인이를 잘 챙겨준 건 맞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귀국 후 환영행사, 회식, 청와대 만찬, K리그 미디어데이 등 월드컵 못지않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두 선수는 "몸이 조금 힘들지만, 축구인생에서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나"라고 의젓하게 말하고는 한국 남자팀 역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대회 결승에 오른 지난 월드컵에 대한 '썰'을 풀기 시작했다.
ㅡ함께 호흡한 이강인은 어떤 선수였나?
▶엄원상(이하 엄): 보는 대로다.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같이 뛰면서 엄청난 선수란 걸 느꼈다.
▶전세진(이하 전): 강인이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근데 멘털이 정말 좋다는 걸 느꼈다. 국내 선수들은 해외 선수들과 겨뤄 볼 기회가 많이 없다 보니 대회 때 부담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강인이는 매 순간 즐기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자기도 힘들었을텐데 절대 티를 안 냈다. 오히려 형들에게 더 힘을 불어넣으려고 했다. 경기장에서 자기 플레이를 다 보여주는 모습이 좋았다.
ㅡ한국 남자팀 역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대회 결승에 올랐는데.
▶엄: 우리 역시 이 정도 성적을 거둘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달리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따라온 것 같다. 잘하는 선수들이 팀으로 똘똘 뭉치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나왔다. 21명이 한마음 한뜻으로 팀만을 생각했다.
▶전: 자랑스럽다.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경험을 한 것 같다. '원팀'으로 이뤄낸 성과다.
ㅡ국내에선 성인 월드컵과 같은 열기가 뿜어져나왔다.
▶엄: 폴란드에선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한국에 오니까 많은 분이 축하를 해주신다. 그럴 때 '우리가 좋은 일을 한 것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이 무뚝뚝하신 편인데, 많이 반겨주시더라.(웃음)
▶전: 가면 갈수록 관심이 더 커지는 걸 느꼈다.
ㅡ둘 다 주로 교체로 출전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움도 있을 것 같다.
▶전: 제가 생각해도 제 퍼포먼스가 많이 부족했다. 의욕이 앞섰다. 부담감 때문인지 대회 기간 내내 예민한 상태였다. 하지만 저보다 컨디션이 더 좋은 선수가 먼저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몇 분을 뛰든 주어진 시간 동안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엄: 솔직히 팀에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체 출전으로 상대보다 체력적 우위에 있어 몇 번 반짝이는 장면만 만들었을 뿐이다. 공격수로서 포인트를 만들지 못해서 팀원들에게 미안했다. 에콰도르전에서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쉽다.
ㅡ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엄: 한일전이다. 대회에서 처음으로 일본을 상대했다. 부담이 컸다. 모든 선수가 잘해줘서 경기를 잘 끝낼 수 있었다.(1대0 승리)
▶전: 세네갈전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경기 끝나고 다같이 영상을 보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살면서 그런 경기를 해본 적이 없다.(3대3 무승부 이후 승부차기에서 승리)
ㅡ이번 대회 경험이 어떤 영향을 끼칠까.
▶엄: 많은 걸 얻고 많은 걸 경험했다. 기회가 있다면 이 선수들과 한 번 더 모여서 다시 한번 대회를 치러보고 싶다.
▶전: 큰 좌절 없이 축구를 하다가 이번에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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