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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제 친구 정말 멋있어요."(제주 노형중 강예은) "중학교 시절,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같아요."(제주 노형중 볼링선수 김수영)
제주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청소년스포츠한마당 대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농구, 배구, 배드민턴, 볼링, 배드민턴 5개 종목에 제주 초중고 학생 213개 팀, 1224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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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엔 학교 운동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여고 볼링팀도 없다. 선수의 꿈을 이어가려면 육지로 유학을 가야만 한다. 수영이는 전남의 한 고등학교로 진로를 정했다. '에버리지 180~190' 수영이와 스타일리스트를 꿈꾸는 '왕초보 볼러' 예은이가 중학교 시절 마지막 추억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1게임, 수영이의 스트라이크 퍼레이드가 눈부셨다. 225점, 괴력을 발휘했다. 예은이는 23점에 머물렀다. 수영이는 미안해 하는 예은이를 힘찬 하이파이브로 격려했다. "손에 힘 빼고'" "좀더 가까이서 해봐" 친절한 원포인트 레슨을 이어갔다. 친구 수영이의 조언 덕분일까. 예은이의 점수가 48점, 60점, 게임이 거듭될 때마다 올라갔다. 10년 절친은 처음으로 나란히 시상대에 섰다. 빛나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수영이는 "볼링의 매력을 친구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함께 대회에 나가자고 했다. 중학교 시절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같다"고 했다. 예은이는 "제 친구 진짜 멋있어어요. 제가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재미있었다. 다음에도 수영이와 함께 도전해보고 싶다"는 각오도 빼놓지 않았다.
1-2-3위에게 제주도지사 원희룡 제주자치도체육회장의 이름이 새겨진 상패가 주어졌다. 아깝게 순위권을 놓친 4위에겐 '아차상'이 수여됐다. 선수-비선수 친구가 함께 출전한 대회, 성적은 중요치 않았다. 응원상, 팀워크상, 베스트팀명상, 베스트매너상과 함께 푸짐한 상품을 받아든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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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선수 출신 친구 공 받아낼 때 짜릿해요"
같은 날 제주 한라중에선 여중부 배구 경기가 펼쳐졌다. 서귀여중에 재학중인 '월랑OB 리베로' 공민지(15)의 활약이 발군이었다. '제주소녀' 민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뒤늦게 배구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여중팀이 없는 제주도를 떠나 낯선 진주 선명여중로 배구 유학을 떠났지만 뒤늦게 시작한 선수의 길은 험난했다. 6개월만에 모교 서귀여중으로 돌아왔다.
선수의 꿈은 접었지만 배구의 꿈은 잠들지 않았다. 평생 취미로 배구를 즐기면서 스포츠 관련 진로를 택할 생각이다. '선수 출신' 민지에게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은 배구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숨통'이다. 선수 등록 전력이 있는 학생의 경우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 이번 대회 민지는 월랑초등학교 졸업생들로 이뤄진 월랑OB팀과 단 3번, 손발을 맞춘 후 눈부신 활약으로 결승행을 이끌었다.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 '제주대표'로, 평소 학교에서 함께 훈련해온 서귀여중 친구들과 결승에서 적으로 만나게 됐다. 민지는 비선수 출신 친구들과의 맞대결에 대해 "엘리트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즐길 수 있다. 또 의외의 볼이 많이 나오는 재미도 있다"고 매력을 설명했다. "전국대회를 준비중인 서귀여중 친구들에게 좋은 연습상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작정"이라며 눈을 빛냈다.
서귀여중 배구클럽의 수비수이자 '전교회장'인 (이)지후(14)는 '한솥밥 에이스'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같은 학교 친구인 민지와 상대로 만나니 부담도 되지만 민지가 잘하는 만큼 우리팀이 더 성장한다. 민지를 통해 기술도 배우고 실력도 향상된다"고 했다. "수비수로서 민지 공을 받아낼 때 짜릿하다. 오늘도 잘 받아내서 꼭 승리하겠다"며 우승 의지를 불태웠다.
운명의 결승전, 몸 사리지 않는 여중생들의 투혼은 인상적이었다. 멋진 플레이, 아쉬운 실수 때마다 서로 손바닥을 맞부딪치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장면은 훈훈했다. 벤치의 지도교사들 역시 "나이스!" "잘했어!" "괜찮아!" 폭풍 칭찬을 쏟아냈다. 결국 '에이스' 민지가 펄펄 날아오른 월랑OB가 서귀여중을 접전끝에 2대1로 꺾었다. 휘슬 직후 제주의 배구소녀들은 스스럼없이 하나로 어우러졌다. 서로가 서로를 통해 배우고 성장했다. 승자와 패자가 환한 미소로 악수를 나눈 후, 한목소리로 체육관이 떠나갈 듯 "파이팅!"을 외쳤다.
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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