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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스토리]전남의 통 큰 배려, 'K리그1 감독 김남일' 탄생시켰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9-12-25 11:58


◇성남FC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남일 감독이 구단주인 은수미 성남시장(왼쪽에서 두번째)과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성남FC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K리그1에 또 한 명의 젊은 감독이 탄생했다. 벌써 축구계 전문가들과 팬들 사이에 큰 기대와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는 인물. '2002 한일 월드컵'의 영웅 중 한명이자 프로축구 레전드인 김남일(42) 성남FC 신임감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성남 구단은 지난 23일 공석이 된 감독 자리에 김남일 전 전남 드래곤즈 코치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남기일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혼란스러워하던 성남FC 팬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마찬가지인 소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극적인 김 감독의 선임 뒤에는 원래 코치로 소속돼 있던 전남 드래곤즈의 '통 큰 배려'가 숨어있었다. 그간 김 감독을 위해 전남이 해 온 일이 적지 않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전남 구단은 팀의 프랜차이즈 레전드 출신인 김 감독을 위해 많은 배려를 해왔다. 사실 전남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K리그1 감독 김남일'은 탄생할 수 없었다.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김 감독은 2020시즌에도 전남에서 계속 일하기로 합의를 마친 상태였다. 올해와 같은 코치 보직은 아니었다. 구단이 시즌 종료 후 선임한 전경준 감독은 내년 시즌을 함께 이끌어갈 코칭스태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고심 끝에 김 감독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구단이 나서 김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프랜차이즈 레전드와 그냥 작별할 수 없던 구단은 팀의 유소년 육성 분야에 대한 전권을 맡기기로 했다. 김 감독도 구단의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지난 16일 광양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 창단 25주년 기념 및 시즌 성원 감사 송년의 밤'에 참석했다. 내·외빈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구단의 새로운 비전에 힘을 싣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 시점까지 전남과 김 감독의 합의는 유효했다.


◇지난 16일 광양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 창단 25주년 기념 및 시즌 성원 감사 송년의 밤' 행사에 참석해 전경준 전남 감독(왼쪽에서 세번째), 조청명 사장(왼쪽에서 네번째) 및 내외빈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김남일(오른쪽 두 번째) 성남 신임감독. 사진제공=전남FC
하지만 김 감독이 전남 창단 25주년 기념행사에서 신임 감독과 구단에 힘을 실어주고 있을 바로 그때, 커다란 변수가 등장했다. 계약 기간을 1년 남겨두고 있던 남기일 전 성남 감독이 돌연 구단 측에 사임의사를 밝힌 것.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 일이 김 감독과 전남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성남 구단은 감독 사임의 충격을 빨리 수습해야 했다. 그리고 이 역할은 기존의 인물보다는 젊고 새로운 이미지의 인물에게 맡기는 편이 낫다고 여겼다. 그렇게 찾은 인물이 김남일 감독이었다. 감독직 제안을 받은 김 감독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미 전남과 내년 약속을 마친 상황에서 쉽게 거취를 결정하기 어려웠던 것.

하지만 'K리그1 감독'이라는 자리는 아무에게나 쉽게 찾아오는 게 아니다. 친정팀에서 어린 후배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K리그1 감독 자리는 가슴 속의 야망을 들끓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결국 김 감독은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조청명 전남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양해를 부탁했다.

김 감독의 전화에 조 사장은 아낌없는 격려와 축하를 보냈다고 한다. 전남 관계자는 "K리그1 감독은 쉽게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며 "전남 구단으로서는 아쉽기도 하지만, 김 감독이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러한 전남의 배려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김 감독이 올해 구단의 배려 덕분에 K리그1 감독을 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P급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었던 사실도 있다. 자격증 교육을 받기 위해 올해 초 전지훈련 기간 및 시즌 중에도 잠시 자리를 비우고 태국 등에 갔다 온 적이 있다. 파비아누 전 감독과 구단이 허락해서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관점에 따라 이는 김 감독에 대한 과도한 특혜로 비춰질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전남이 벌써부터 김 코치를 차기 감독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는 의혹도 일었다. 이로 인해 구단은 한동안 '특혜 논란'에 휘말려 일부 팬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으며 힘든 시기를 겪어야 했다. 그때에도 구단은 '특혜가 아닌 배려'라며 김 감독을 감쌌다. 전남 구단의 역할이 없었다면 현재의 'K리그1 감독 김남일'은 탄생할 수 없던 셈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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