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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K리그1에 또 한 명의 젊은 감독이 탄생했다. 벌써 축구계 전문가들과 팬들 사이에 큰 기대와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는 인물. '2002 한일 월드컵'의 영웅 중 한명이자 프로축구 레전드인 김남일(42) 성남FC 신임감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성남 구단은 지난 23일 공석이 된 감독 자리에 김남일 전 전남 드래곤즈 코치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남기일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혼란스러워하던 성남FC 팬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마찬가지인 소식이었다.
그러자 구단이 나서 김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프랜차이즈 레전드와 그냥 작별할 수 없던 구단은 팀의 유소년 육성 분야에 대한 전권을 맡기기로 했다. 김 감독도 구단의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지난 16일 광양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 창단 25주년 기념 및 시즌 성원 감사 송년의 밤'에 참석했다. 내·외빈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구단의 새로운 비전에 힘을 싣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 시점까지 전남과 김 감독의 합의는 유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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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리그1 감독'이라는 자리는 아무에게나 쉽게 찾아오는 게 아니다. 친정팀에서 어린 후배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K리그1 감독 자리는 가슴 속의 야망을 들끓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결국 김 감독은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조청명 전남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양해를 부탁했다.
김 감독의 전화에 조 사장은 아낌없는 격려와 축하를 보냈다고 한다. 전남 관계자는 "K리그1 감독은 쉽게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며 "전남 구단으로서는 아쉽기도 하지만, 김 감독이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러한 전남의 배려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김 감독이 올해 구단의 배려 덕분에 K리그1 감독을 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P급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었던 사실도 있다. 자격증 교육을 받기 위해 올해 초 전지훈련 기간 및 시즌 중에도 잠시 자리를 비우고 태국 등에 갔다 온 적이 있다. 파비아누 전 감독과 구단이 허락해서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관점에 따라 이는 김 감독에 대한 과도한 특혜로 비춰질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전남이 벌써부터 김 코치를 차기 감독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는 의혹도 일었다. 이로 인해 구단은 한동안 '특혜 논란'에 휘말려 일부 팬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으며 힘든 시기를 겪어야 했다. 그때에도 구단은 '특혜가 아닌 배려'라며 김 감독을 감쌌다. 전남 구단의 역할이 없었다면 현재의 'K리그1 감독 김남일'은 탄생할 수 없던 셈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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