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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클럽하우스 428호엔 'V룸메'이청용X이동경이 산다[인터뷰]

기사입력 2020-03-17 05:30


사진제공=울산 현대 구단

"(이)청용이형이요? 안 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던데요."

'김학범호 대표 공격수' 이동경(23·울산 현대)은 꿈의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새 시즌을 앞두고 진로 고민이 깊었다. 겨우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폭풍 왼발' 이동경의 영입을 열망했다. 오랜 고민의 끝, 이동경의 선택은 울산 잔류였다. 헷갈릴 만큼 수많은 조언을 들었고, 밤낮으로 고심한 끝에 올림픽과 유럽 진출을 위해선 울산에 남는 편이 더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난해 MVP 김보경의 '룸메'였던 이동경에게 "그래서 올해 룸메이트는 누구냐"고 물었다. 싱긋 미소부터 흘러나왔다. "(이)청용이형이요." 2009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볼턴 이적 후 유럽에서 무려 11시즌을 버텨낸 베테랑 '청용이형'은 '될성부른' 국대 후배에게 어떤 조언을 건넸을까. "형은 안 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던데요. 하하."

3월 초 이청용(31)이 독일 보훔을 떠나 울산 유니폼을 입던 시기는 마침 이동경의 밴쿠버 이적에 대한 고민이 절정에 달한 시점이었다. 이청용의 영입과 맞물려 이동경의 밴쿠버 이적이 확정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축구는 모른다. 자칫 서로 엇갈릴 수 있었던 축구의 운명이 룸메이트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2004년 프로 데뷔 이후 우승 트로피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이청용이 "우승을 위해" 울산에 왔고, 울산 유스 출신 이동경이 눈앞에서 놓친 우승의 꿈을 이루려 울산에 남았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구단

사진=스포츠조선 DB
지난 시즌 벤투호에 파격 발탁된 공격수 이동경은 '룸메이트'이자 '멘토' 김보경과 함께 뛰고 함께 생활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새 시즌 김보경이 전북 현대로 떠난 후 나홀로 독수공방하던 중 새로운 룸메이트 이청용이 홀연 등장했다. 이동경은 "구단에서 청용이형이 룸메이트로 온다고 괜찮겠냐고 물어보시는데 '당연히!'라고 답했다. 속으로 엄청 좋았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영리하고 창의적인 베테랑' 이청용과 '패기만만 사이다 영건' 이동경의 '룸메' 조합이 성사됐다.

이청용은 오자마자 진심을 다해 후배 이동경의 진로 고민을 나눴다. 이동경은 "청용이형이 온 후 이적에 대해 상의했었다"고 했다. 이동경을 아끼는 수많은 선배들의 이런저런 조언이 쏟아질 때였다. 룸메이트 이청용은 울산 잔류를 조언했다. "무조건 도전하라는 의견도 많았다. 청용이형은 내게 '어떤 마음인지 알지만 안갔으면 좋겠다. 같이 해봐도 좋을 것같다'고 말씀해주셨다"고 했다. "청용이형이 가라, 가지말라 하신 건 아니지만 나 역시 청용이형과 함께 뛰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울산엔 청용이형을 비롯해 좋은 선배들이 많다. 가까이서 배울 점도 많고, 당연히 치열한 경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선수들 사이에서 살아남는다면 어딜 가더라도 잘해낼 수 있다"며 눈을 빛냈다. "청용이형이 방에서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신다. 경기장 안팎에서 나로서는 엄청난 경험"이라더니 스스로를 가리켜 "복받은 선수"라고 했다.

김보경에 이어 이청용의 '룸메'가 된 이동경의 '인복'도 넘쳐나지만, 사실 선배들에게도 '당찬 후배' 이동경은 '복덩이'다. 자타공인 '킹메이커'다. 이동경의 전 룸메이트 김보경은 지난 시즌 준우승팀 울산이 배출한 MVP였다. 이동경은 '새 룸메이트' 이청용의 MVP 등극을 도울 준비를 이미 마쳤다. 지난 12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미리 보는 2020 K리그 MVP' 감독, 선수, 기자단 투표에서 이청용은 세징야(대구), 김보경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제가요? 정말요?"가 첫 반응이었다던 이청용 옆엔 든든한 킹메이커, 똘똘한 룸메이트 이동경이 있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구단
백전노장 이청용에게 국대 후배이자 룸메이트인 이동경에 대해 물었다. "동경이는 나이가 어리지만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실전에서 같이 뛰어본 적은 없지만, 울산과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익히 봐왔다. 이번 시즌에 함께 하며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올해 도쿄올림픽을 '인생 목표' 삼은 '도쿄리' 이동경에 대한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나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경험이 축구선수로 성장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됐다. 동경이도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더 높은 레벨의 축구를 구사하는 선수로 성장하길 응원한다."

2020년 봄, 울산 클럽하우스 428호엔 '한국 축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이청용과 이동경이 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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