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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스포츠 시계가 멈췄다.
이와 달리 국내 스포츠는 비교적 잠잠하다. 시즌을 조기에 마친 배구, 농구는 물론 축구와 함께 개막이 연기된 야구는 조용한 모습이다. 축구가 침묵을 깼다. 4대 프로 스포츠 중 처음으로 임금 삭감에 나섰다. 선수들이 아닌 직원들이 임금을 '자발적으로' 깎았다.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이 임직원들이 임금 삭감을 한 것을 시작으로, 울산과 부산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임원이 20%, 직원이 10%의 임금을 삭감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대한축구협회의 수장 정몽규 회장은 부산의 구단주, 권오갑 연맹 총재는 울산의 구단주다. 거의 같은 시각, 이들 4개 단체의 보도자료가 나왔다.
타 종목과 달리, 유독 축구에서 임금 삭감 이야기가 이어졌고, 첫번째 결과물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왜 축구일까. 4대 프로스포츠 구단 모두 모기업 혹은 지자체의 지원을 바탕으로,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데 왜 유독 축구에서만 임금 삭감이 자주 언급됐을까. 역시 유럽 때문이다. 축구의 본고장 유럽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5대 리그는 물론, 유럽축구연맹 산하 대회 등이 모두 중단됐다. 이로 인해 빅클럽 할 것 없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클럽들은 임금 삭감에 나섰고, 그 소식이 연일 국내에 전해졌다. 이에 맞춰 몇몇 국내 언론에서는 K리그가 동참하지 않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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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클럽들의 임금 지불은 주간 단위로 돌아간다. 구단 마다 재정 상황은 다르지만, 스폰서 규모가 차원이 다른 맨유, 레알 마드리드 정도를 빼고는 현금을 통장에 쌓아놓고 살지 않는다. 톱 클래스 선수들의 수억원에 달하는 주급을 주기 위해선, 매주 경기가 열리고 홈 경기장이 가득차야 짜놓은 자금 흐름 대로 돌아간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되며 모든 수익이 끊겼다. 당장 입장권 수익이 끊긴데다, 중계가 되지 않으니 중계권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가장 손쉬운 비용 절감법으로 선수단 연봉에 손을 댔다.
반면 K리그 수입은 아쉽지만, 여전히 모기업 혹은 지자체의 지원이 대부분이다.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같은 지원금은 대개 지난해 확정됐다. 대부분 구단들이 이미 1년 예산을 확보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관중 수익과 스폰서 계약 등에 문제가 생기며, 당초 계획보다는 재정 규모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워낙 비중이 작아,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나마도 전북, 서울, 수원 정도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 아이러니한 구조로 인해 오히려 임금 삭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로 경제 전체가 어려워진 만큼, 스포츠만 피해갈 수는 없다. 모기업과 지자체의 재정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한국 프로스포츠의 기형적 구조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많은 그룹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예산의 상당부분을 긴급재난기금으로 지급한 지자체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분명 스포츠단에 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면 안된다. 아직 리그 중단으로 인해 피해 규모도 정확히 정리되지 않은 채, 직원들 임금부터 깎았다. 대출에, 카드빚에 허덕이는 일반 직원들에게 10%는 상상 이상으로 큰 금액이다. 아이러니하게도 K리그에 임금 삭감 이야기를 불러온 유럽은 직원들의 임금을 보존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선수들은 여전히 잠잠하다. 물론 선수들도 할말은 있다. 선수들 역시 개막 연기로 당장 수당이 상당 부분 깎였다. 무엇보다 수십억, 수백억을 버는 유럽 선수들과 수익 규모가 다르다.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이 짧은 선수들에게도 임금 삭감은 분명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힘든 K리그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회피해서도 안된다.
때문에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장 누구의 희생만을 강요할 수 없다. K리그의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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