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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8일의 기다림 끝 연고이전 악연 더비' 앞둔 부천팬들 마음은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20-05-26 07:00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5228일. 14년하고도 3개월 그리고 24일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만난다.

부천 FC 1995와 제주 유나이티드가 26일 부천 종합 운동장에서 맞붙는다. 연고이전에 따른 악연을 지닌 두 팀간의 맞대결이다.

제주는 유공코끼리로 출발했다. 1996년 부천에 둥지를 틀었다. 2006년 2월 2일 제주로 연고지를 옮겼다. 이후 제주 유나이티드가 됐다.

부천 FC는 2008년 K3리그에 참여했다. 팬들이 십시일반해 창단됐다. 2010년 12월 팀을 법인화했다. 2013년부터 K리그 챌린지(현 K리그2)에 참가했다. 8번째 시즌이다. 제주가 올 시즌 K리그2로 강등, 이번 시즌 처음으로 맞대결이 성사됐다. 악연의 대결을 앞두고 부천 FC 1995 팬들의 마음이 궁금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5228일전 그 날의 기억

당시 부천 SK, 현 제주 유나이티드는 2006년 2월 2일 홈페이지에 공지를 하나 띄웠다. 제주로 연고지를 옮긴다는 내용이었다. 부천 SK를 응원했던 팬들에게는 '부천 지역을 떠나게 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으며, 그동안 성원해주신 지역 팬 여러분께도 죄송한 마음 표현할 길이 없다'는 문구 하나만 남겼다.

"야반도주였어요. 당시 제게 부천 SK는 모든 것이었어요. 그래서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어요.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떨리네요."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권은숙씨는 당시를 '충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목소리를 높였다.


"안양 LG가 연고이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연고이전이 나왔어요. 우리가 연고이전의 마지막 피해자여야 합니다. 이제 정말 그런 일이 있으면 안되겠죠."

김동준씨도 2006년 그 날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회사 점심 시간이었어요. 팀 홈페이지에 뜬 공지를 봤어요. 멍했어요.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했는데 다들 아무 말도 못하더라고요. 저녁에 모였는데 막막했어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죠."

부천 SK는 2005년 시즌 좋은 모습을 보였다. 2005년 당시 K리그는 전후기리그로 나뉘어 전기 후기 리그 우승팀과 통합성적 차상위팀 2개팀까지 총 4개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부천은 통합 성적에서 4위를 기록했다. 승점 1점차로 플레이오프행에 실패했지만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2005년에 성적도 좋았고 구단도 팬들과 여러가지로 많이 소통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팀이 좋아지려나보다싶었죠. 그런데 갑자기 야반도주를 해버린 거에요. 허탈함, 배신감, 무기력함.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 느꼈어요."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5228일이 지나고

'그 팀'과의 만남을 하루 앞둔 심정을 물었다. 김동준씨는 '불꽃'을 이야기했다.

"뭐라고 해야할까요. 사실 무뎌졌다고 생각했어요. 14년이나 지난 일이니까요. 그런데 막상 경기날이 다가오니까 달라지더라고요. 떨리고요. 마음속에 불이 하나 타오르고 있습니다. 아마 내일은 더욱 커지겠죠. SNS에서도 많은 분들이 내일 경기에 대해 응원해주시더라고요. 투지가 팍팍 생기고 있습니다."

권은숙씨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우리 부천FC 1995가 1부로 올라가서 그 팀과 상대하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그런데 그 팀이 2부로 내려왔네요. 정말 너무 설레요. 몇주간 잠도 못잘 정도였어요. 물론 무관중이라 아쉽기는 해요.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어쩔 수 없어요. 직관은 못해도 집관하면서 선수들을 응원할 거에요. 그 날의 아픔을 한 번에 다 날릴 수는 없겠지만요."

신동민씨는 아쉬움이 더 크다고 했다.

"직관을 못하는 부분이 크네요. 뭔가 어정쩡한 것이죠. 경기장에서, 그것도 그 팀이 계속 사용했던 부천종합운동장에 적으로 돌아왔는데요. 우리가 경기장에 가서 한을 터뜨려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하네요. 9월 19일에 다시 맞대결의 기회가 있습니다. 그 때까지 코로나 19가 잡혀서 관중들이 들어갔으면 하네요. 그 때는 경기장에 들어가서 그 팀을 상대로 어느정도라도 한을 토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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