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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무관중에도 진한 메시지가 있다.'
매경기 '해도 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더 많은 가운데 주요 볼거리라 할 수 있는 골 세리머니에도 규제가 붙었다.
매뉴얼 규정에 따르면 '신체 접촉이 동반되는 과도한 골 세리머니'는 금지다. 킥오프 전, 경기 종료 후 선수들간 악수, 하이파이브도 자제해야 하는 마당에 어찌보면 당연한 예방수칙이었다.
이 때문에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골 세리머니라고 해봐야 혼자서 만세 부르는 동작 외엔 딱히 보는 재미가 없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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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개념있는 세리머니'는 시즌 개막전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8, 9일 각각 1라운드 경기를 치른 전북과 울산 선수들은 골을 기록하거나 경기가 끝났을 때 텅빈 서포터석을 향해 달려가 상상 속의 관중을 향해 인사를 했다.
1라운드 상주전(4대0 승)에서 추가골을 터뜨린 울산 이상헌은 관중석을 향해 '양손 하트'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축구팬 여러분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나중에 관중 입장이 허용되면 소중히 모시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세리머니였다. '집관(집에서 관전하기)'을 하던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가슴이 뭉클했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개념 세리머니'는 계속 진화했다. 이 대목에서 특히 주목받는 이가 최고령 토종 공격수의 자존심 이동국(41)이다. 이동국은 13일 현재 4경기-4골, 득점랭킹 3위를 달리고 있다. 많은 나이에도 젊은 선수들이 부끄러워 할 만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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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FC서울전(4대1 승)에서는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무릎꿇기' 세리머니로 시선을 끌었다. 당시 축구 선수의 '무릎꿇기' 세리머니는 국제 축구계의 논란 대상이었다. 미국 경찰의 흑인남성 살해사건으로 인해 'Black Lives Matter' 시위가 확산되는 상황이었다. 유럽리그 축구선수들이 이에 동참하는 의미의 세리머니를 하자 '정치적인 메시지'를 금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들어 별도 징계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동국은 국내 축구에서 처음으로 '무릎꿇기' 세리머니에 용기있게 나서 진한 메시지를 선사했다.
13일 인천전(1대0 승)에서 선보인 '거수경례' 세리머니에도 의미를 담았다. 예비역 병장 이승기와 함께 경례를 한 이동국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염두에 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호국보훈에 대한 관심이 퇴색돼 가고 있는 이 시대, 순직 희생자 유가족, 국가유공자 가족들에게 진한 울림을 주는 위로의 메시지였다.
'공부 잘 하는 아이가 하는 행동도 예쁘다'는 게 모든 부모들의 로망이다. '다자녀 학부모' 이동국이 딱 그랬다. 과도한 접촉을 금지하는 코로나19 매뉴얼도 정확하게 지켰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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