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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에 '에이징 커브(Aging curve)'라는 댓글은 정말…."
홍 철은 지난 여름 정든 수원 삼성을 떠나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성남 풍생중고 시절부터 '에이스'였던 그는 성남 일화(2010~2012시즌), 수원 삼성(2013~2020시즌)에서 늘 주전이었다. 그랬던 그가 나이 서른에 '호랑이굴'을 제 발로 찾아들었다. "거울을 보니 안주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변화와 도전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 국가대표 선배 박주호는 물론 정동호 데이비슨 설영우 등과의 주전 경쟁을 자청했다.
15일 K리그1 16라운드 포항과의 올 시즌 두 번째 동해안 더비, 김도훈 감독의 선택은 홍 철이었다. 전반 내내 후방에서 비욘 존슨, 정승현의 머리를 겨냥한 왼발 크로스는 위협적이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고명진 이청용이 함께 왼쪽으로 움직였다. 홍 철의 왼쪽은 더욱 매서워졌다. 후반 8분, 홍 철의 왼발이 번뜩였다. 고명진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후 특유의 스피드로 엔드라인까지 뚫어낸 후 골문 앞 김인성을 향해 환상적인 컷백 패스를 찔러넣었다. 김인성이 골망을 흔들며 환호했다. 홍 철의 울산 입성 후 첫 도움, 짜릿한 골이었다. "원래 후방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김도훈)감독님은 풀백으로서 더 발전하려면 앞으로 치고 나가서 더 높은 위치에서 공격적 크로스를 올려야 한다고 주문하신다"고 했다. "후반에 (고)명진이형이 왼쪽으로 오면서 2대1로 주고받으면서 한번 해보자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말한 대로 됐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그 장면이 바로 홍 철을 데려온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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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풀백 홍 철의 부활은 대한민국 대표팀을 위해서도 잘된 일이다. 홍 철에게 K리그 현역 최고의 왼쪽 풀백을 물었다. "대표팀에서 경쟁하는 (김)진수와 (박)주호형"이라고 즉답했다. "진수는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북이 계속 우승하면서 경기력도 계속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주호형은 같은 팀이지만 분명 저보다 좋은 선수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을 하되 누가 나가든 진심을 다해 응원한다. 주호형이 선발로 나가면 나는 묵묵히 뒤에서 준비한다. 내가 나가면 분명 주호형도 그럴 것이다. 우린 우승을 바라보는 팀이다. 누가 나가도 주전"이라고 했다.
7시즌 반을 주전 경쟁 없는 수원에서 뛰다 '호랑이굴'에 들어온 후 후회한 적은 없을까. 홍 철은 "후회는 없다"고 했다. "프로 11년차에 처음 이런 경쟁을 겪는다. 기다림이 있고, 앞으로도 기다려야 할 시간들이 있다. 매경기 더 집중해야 하고 더 잘해야 할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에 느껴보지 못한 걸 매순간 느끼고 배운다. 대표팀에서 느끼던 기분을 울산에서 느낀다. 형들도 나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다함께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축구하기 딱 좋은 나이' 서른에 거침없는 도전을 선택한 홍 철에겐 바로 오늘이 전성기다. 기술은 무르익었고, 체력은 여전하며, 축구와 세상을 보는 눈도 트였다. 위도 아래도, 앞도 옆도 뒤도 보인다. 그런데 '에이징 커브'라니…, 악플도 때론 힘이 된다. 선수는 결국 실력으로 말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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