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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호 선수는 국가대표 출전을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리포터)
JTBC 리포터가 이날 팀의 우승을 뒷받침한 홍정호(31·전북)에게 경기 소감을 묻고 나서 자연스레 대표팀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국가대표팀 친선 2연전(15일 멕시코, 17일 타르)에 홍정호가 당연히 국가대표 수비수로 참가할 줄 알았던 모양. 당시 홍정호는 멋쩍게 웃어 넘겼다.
홍정호는 "재미있는 해프닝이었다. 우승한 뒤 기분이 좋은 상태여서 그러려니 넘겼다. (리포터께서)음료수 2개를 들고 라커룸 앞에 서 계시더라. '정말 죄송하다, 제가 실수를 했다'고 하길래, '괜찮다, 괜찮다'라고 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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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호는 2018년과 2019년 임대 신분으로 전북에서 뛰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중동, 중국, 일본의 유수 클럽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전북과 4년 계약을 했다. 그는 올 시즌 부상 없이 리그 22경기, FA컵 3경기 등 25경기를 뛰며 전북의 창단 첫 더블 우승에 기여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2년 연속 K리그1 베스트11 수비수로 뽑혔다. K리그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증'받았다.
올 시즌 부상 없이 좋은 활약을 펼치게 된 배경에 대해 홍정호는 "가정을 꾸려 생활이 안정적이 된 것, 국내리그에 오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더 집중하게 된 것 등등 여러 요인이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 예전에는 힘이 있다 보니 상대 공격수와 부딪히려고 했다. 지금은 조금 더 노련하게 수를 읽고 미리 이동해 공을 차단하는 식의 플레이를 하게 된다. 이젠 어떤 상황에서 부상을 할지 안다. 책임감을 갖고 수비 리드도 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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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호는 '용병 공격수'와 정면대결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토종 수비수'로 꼽힌다. 홍정호는 "분데스리가와 중국 리그 경험이 도움이 됐다. 분데스리가에는 워낙 '월클' 공격수가 많았다. 그중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는 움직임이 정말 좋은 공격수였다. 실제로 보면 체구가 더 크다.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다. 한눈 팔면 바로 실점"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홍정호는 2010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프로에 데뷔해 2013년까지 활약한 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아우크스부르크에 몸담았다. 홍정호 이후 유럽 빅리그에 진출한 한국 수비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김민재(베이징 궈안)가 지난 여름 여러 클럽의 영입후보로 오르내렸지만,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홍정호는 "K리그에 워낙 좋은 수비수들이 많다. 정태욱과 김재우(이상 대구)가 올림픽 대표팀에도 뽑히면서 잘 성장하고 있다. 정태욱은 제롬 보아텡(바이에른 뮌헨)을 보는 느낌이다. 피지컬이 워낙 좋다. 스피드도 떨어지지 않아 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다시 물었다. '영혼의 파트너' 김영권(감바 오사카)의 옆자리가 그립지 않냐고. "(김)영권이와는 오랫동안 많은 추억을 쌓았다. 이젠 괜찮다.(웃음) 내가 민재한테 질투를 느끼면 안 될 것 같다. 민재는 한국에서 한번 나올까 말까한 수비수니까. 영권, 민재가 (권)경원(상주 상무), (박)지수(광저우 헝다)와 함께 대표팀 수비를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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