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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진짜 지적해야 할 것은 '소통'이 아니다.
물론 소통은 중요하다. 과거 대표팀과 K리그는 선수 차출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며, 모두 상처를 입은 흑역사가 있다. 대표팀은 대표팀 차출이라는 권리만 요구할 수 없고, K리그도 대표팀 차출이라는 의무도 저버릴 수 없다. 소통은 이 권리와 의무 사이의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2018년 부임 후 이같은 노력을 게을리한 벤투 감독의 행보는 아쉽다. 더욱이 이번 차출은 말그대로 K리그의 '대승적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5일 이상 자가격리가 필요한 경우, 대표 차출을 거부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준 상황에서도, 차출에 응해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표 명단 발표일 "K리그에 감사하다"는 말한마디 남기지 않은 벤투 감독을 향해 K리그 구성원들이 '서운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이번 논란을 소통의 각도에서만 보는 것은 너무 소모적이다. 사실 소통은 앞서 언급한데로 혹시 모를 갈등 요소를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윤활유다. K리그 감독들과 대화 혹은 소통을 통해 얻는 정보는 말그대로 참고자료일 뿐이다. 결국 선수 선발은 감독의 권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뽑겠다고 하면, 막을 근거가 없다. 벤투 감독이 홍 감독에게 사전에 연락해 홍 철의 몸상태를 물었고, 그럼에도 홍 철을 뽑았다면?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대체발탁된 조재완(강원FC)은 지난 시즌까지 폭발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올 시즌 아직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경남FC로 이적한 이정협은 '설사커'에서 헤매고 있는 모습이다. '불운의 사나이' 박지수(수원FC)도 사실 많은 축구인들이 "단순 불운이라고 하기에는 현재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기 때문에 중심이 높고, 그래서 매경기 핸드볼 파울을 범한다는 해석이다. 경기를 복기하면 꽤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실제 박지수는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니다.
벤투 감독은 올 시즌 리그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인 고승범 한석종(이상 수원) 이창민(제주 유나이티드) 등을 외면했다. 벤투 감독은 이전에도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 대신 자신의 풀에서만 선수를 선발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물론 해외파가 대거 빠진 탓이지만, 이번 누더기 명단은 이전부터 이어진 지적이 큰 설득력을 갖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 풀을 늘리지 않다보니 결국 잘 뛰지 못할 선수가 뽑히고, 한 팀에서 무더기 선발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홍 감독도 이야기 하지 않았나. "많이 뽑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뛸 수 있는 선수를 뽑았어야 한다."
'벤투 감독, 현장은 뭐하러 갔냐'는 지적은 '소통'이 아니라 '무엇을 보고 왔느냐'가 돼야 한다. '울산 길들이기 아니냐'라는 지적에 한 축구인의 답은 대표팀의 아쉬운 현실이 담겨 있다. "길들이기는 무슨, 어차피 해외파 들어오면 K리거는 거의 뽑지도 않을텐데." 진짜 지적할 것은 소통이 아니다. 월드컵 예선, 나아가 월드컵 본선을 바라보는 벤투호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이번 한-일전 명단에서 담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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