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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사랑합니다!"
무리뉴 감독이 애스턴빌라전 승리 후에도 "오랫동안 상처로 남을 것"이라며 곱씹은 그 경기다. 역으로 기적같은 8강행에 디나모 자그레브 팬들은 난리가 났다. 무관중 경기로 인해 경기장에 오지 못한 팬들은 승리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거리로 뛰쳐나왔다. 경기장 밖에서 팬들은 홍염 불꽃 속에 '영웅' 오르샤를 수차례 헹가래치며 자그레브 대첩의 환희를 만끽했다.
크로아티아 원로 축구저널리스트 미로슬라프 레데는 "오르시치가 토트넘을 상대로 보여준 경기력은 유럽 대회에 나선 역대 디나모 선수 가운데 최고였다"고 극찬했다. "토트넘을 상대로 3골을 넣었다. 특히 마지막 골은 마라도나같았다. 센터에서 볼을 받아 토트넘 5명의 수비수를 무너뜨린 후 16m 거리에서 멋지게 골네트를 갈랐다. 디나모 자그레브 유니폼을 입고 유럽 대회에서 그런 경기를 한 선수는 역사상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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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오르샤의 K리그 전남행과 울산행을 이끌었던 김도준 대표(HBR스포츠 코리아)는 "디나모 자그레브는 크로아티아에서 압도적 1강이다. 적수가 없다. 리그에선 공격수들이 굳이 수비에 가담하지 않아도 되는 팀이다. 오르샤가 20대 초반 K리그에서 수년간 뛰면서 공격수들에게 요구되는 수비력, 활동량, 템포, 강한 압박 등에 잘 훈련된 점은 유럽 대회에서 토트넘과 같은 빅클럽들과 경기할 때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손흥민과 동갑인 1992년생 오르샤의 빅클럽 이적설도 흘러나온다. 그렇다면 냉정하게 본 오르샤의 향후 빅클럽 진출 가능성은 어떨까. 독일 이적시장 전문매체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2018년 디나모 이적 당시 100만 유로(약 13억원) 안팎이었던 오르샤의 몸값은 현재 750만 유로(약 102억원)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전 웨스트브로미치와도 협상도 상당히 진전됐었다. 김 대표는 "오르샤는 2025년까지 디나모 자그레브와 장기계약을 했다. 안정적 환경에서 행복축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러시아, 터키, 중동, 중국 등 오퍼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선수 본인이 신중하다. 이미 20대 초반에 한국, 중국 리그를 경험했고 이제 가정도 꾸렸기 때문에 안정적 환경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토트넘전 해트트릭 후 이탈리아 쪽 문의가 들어온다고도 들었다"고 귀띔했다.
한편 오르샤는 유로파리그 해트트릭 직후 카타르월드컵 유럽 예선에 나설 크로아티아 대표팀에 소집됐다. 모드리치, 코바치치, 페리시치 등 에이스들이 즐비한 크로아티아 대표팀에서 오르샤는 2019년 첫 국대에 발탁됐고, 5경기를 뛰었다. 크로아티아는 유럽 예선 H조에서 슬로베니아(25일), 키프로스(28일), 몰타(31일)와 잇달아 격돌한다. 즐라트코 델리치 크로아티아 대표팀 감독은 "오르시치는 대표 자격이 있는 선수다. 3경기가 있기 때문에 기회를 받게될 것"이라며 활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대세' 오르샤는 한결같이 자신을 응원해준 울산, 전남 그리고 K리그 팬들을 잊지 않고 있다.
"K리그 사랑합니다!" 예의 환한 미소로 안부를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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