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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말 못할 눈물로 얻은 대기록.'
창단 후 최다연승(6연승)도 기록하는 등 '창단 첫 FA컵 우승-DGB파크 돌풍(2018∼2019년)'에 이어 '제2의 황금기'를 맞는 분위기다.
이런 결과물은 어쩌다 운 좋아서 얻은 게 아니었다. 지도자의 남모르는 눈물이 스며든 헌신과 선수단과의 찰떡궁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30일 9경기 연속 무패를 달성했던 강원FC와의 K리그1 19라운드가 끝난 뒤. 대구 구단은 기쁨은 커녕 숙연한 분위기에 빠졌다.
이 감독은 이날 새벽 아버지의 영면 비보를 접했다. 성호상 선수강화부장에게만 이 사실을 알리고 다른 모두에겐 강원전이 끝날 때까지 비밀로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자신의 일로 인해 중요한 경기에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속으로 통곡하면서 경기를 지휘해 승리를 이끌었다. 뒤늦게 부고를 밝힌 뒤 황급히 고향인 경남 산청으로 달려갔다.
사실 이 감독은 1주일여 전부터 속앓이를 했다. 아버지의 병세가 손쓸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됐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병원의 연락을 받았다. 전북 현대와의 중대 경기를 앞두고 있었기에 역시 숨기고 있었다. 언제일지 모를 임종을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살아계실 때 마지막 얼굴을 뵙기 위해 성 부장에게만 얘기하고 몰래 하루 외출을 다녀왔단다.
그렇게 이 감독은 애가 찢어지는 슬픔을 혼자 삭이며 '팀'을 먼저 생각했다. 대구 구단 관계자들은 "남들은 연승-무패에 마냥 즐거워하고 있을 때 이 감독은 속으로 견뎌내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느냐"면서 "최근 FA컵 포함, 3연승을 한 것도 이 감독의 그런 헌신 덕분이라 생각하니 더 눈물이 난다"고 했다.
구단은 이 감독의 노고를 치하하는데, 이 감독은 선수들 칭찬을 먼저 한다. 지난 4월 전북전 대패(0대3) 이후 연승을 탄 비결에 대해 "선수들이 먼저 알아서 반성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긴 무패 행진 동안에도 많은 얘기를 하거나 간섭할 필요도 없었다고 한다. 이 감독은 "훈련, 경기 끝나고 자기들끼리 미팅을 한다. 처음엔 어린 선수들이 듣기만 했는데 지금은 각자 자기 주장을 한 마디씩 할 정도로 발전했다"며 "이용래 등 선배들이 긍정 에너지를 전파한 덕분"이라고 고마워했다. 이런 미팅 분위기 덕에 경기장에서도 과감한 협력수비 같은 플레이가 나온다는 게 이 감독의 해석.
이어 이 감독은 "선수단 구호도 달라졌다. 예전엔 '파이팅', '열심히 하자'였는데 요즘은 '이기자', '이길 수 있다'를 외친다"면서 "발전하는 팀의 분위기를 만들어 준 선수들이 고마울 뿐"이라고 공을 돌렸다.
구단→감독→선수로 전파되는 '덕분에 바이러스'가 창궐(?)한 대구. 이유있는 고공행진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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