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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를 넘기는 힘,'선두'울산엔 올시즌 연패가 없다[#'빡씬데이'결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1-09-26 15:54


사진제공=울산 현대 구단

사진제공=울산 현대 구단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K리그1 선두' 울산 현대는 올 시즌 위기에 강하다.

이른 봄부터 초겨울까지 총 38경기를 치르는 긴 시즌, 모든 팀은 한두 번쯤 고비를 겪는다. 전후반 90분 경기에도 어김없이 고비는 찾아온다. 울산이 지난 2년 연속 다 잡은 우승을 아깝게 놓친 데는 이 결정적 고비를 넘지 못한 탓이 컸다. 지난해 가장 큰 고비는 10월 A매치 소집 직후. 벤투호와 김학범호의 맞대결에 8명의 주전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며 팀이 흔들렸다. 이겨야 사는 포항, 전북에 2연패하며 기세가 기울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파도는 장애물을 만날수록 더 강해진다.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 올해 3월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에 총 9명의 선수가 뽑혔다. 공교롭게도 울산은 대표팀 소집 직전 대구 원정(1대2패)에서 시즌 첫 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A대표팀 사령탑 출신 홍명보 감독이 "모든 걸 다 바꾸자. 나부터 바꾸겠다"는 독려로 흩어진 팀 분위기를 잡아내며 이후 3연승으로 분위기를 반전했다.

울산은 4월 18일 수원 원정에서 기세등등 '매탄소년단'에 밀려 0대3으로 패했지만 이후 9경기 무패(4승5무)를 달렸고, '영건 4총사'가 한꺼번에 빠져나간 도쿄올림픽 기간, 7월25일 수원FC전에서 2대5로 패했지만 이후 8경기 무패(5승3무)를 달렸다. '패배는 있어도 연패는 없다'는 강팀의 조건을 충족했다.


찬바람이 불면서 또 한번 찾아온 고비는 바로 25일 K리그1 32라운드 광주전이었다. 프로축구연맹이 '빡씬데이'로 명명한 한가위 연휴를 전후해 사나흘 간격 경기가 이어졌다. 울산은 14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가와사키전에선 연장 승부차기 혈투까지 펼친 터, 18일 대구에게 1대2로 패했고, 캡틴 이청용이 발목을 다치는 악재까지 닥쳤다. 사흘만에 이어진 21일 포항과의 '동해안 더비' 수적 열세속에 승리했지만 후유증이 컸다. '수비의 중심' 김태환, 김기희가 경고누적으로 광주전에 뛸 수 없었고, 중원사령관 원두재는 포항전 퇴장 징계 감면에도 불구하고 태클 당시 무릎이 꺾인 부상으로 결장했다. 피로 누적, 부상자 속출, 경고 누적까지 더해진 총체적 위기를 울산이 원팀의 힘으로 넘어섰다.

수비라인의 공백은 없었다. 울산 유스 출신 베테랑 센터백 임종은이 불투이스와 발을 맞추며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원두재의 빈자리는 박용우가 깔끔하게 메웠다. 김태환의 오른쪽 풀백 자리엔 '98년생 설스타' 설영우가 등판했다. 포항전 왼쪽에서 팔라시오스를 꽁꽁 묶어낸 설영우는 광주전 오른쪽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파워풀한 크로스로 이동준의 결승골까지 이끌며 맨오브더매치(MOM)에 선정됐다.



무엇보다 광주전에서 '영건' 이동준이 스스로 위기를 이겨낸 장면은 올 시즌 울산의 질긴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반 40분 페널티박스 안을 파고들던 이동준은 광주 수비 김봉진과 충돌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가와사키전, 승부차기에서 2번의 기회를 모두 날린 이동준이 11m 라인 앞에 섰다. 트라우마를 떨치고자 자청한 기회였다. 그러나 이동준이 강하게 찬 볼은 방향을 정확히 읽은 광주 골키퍼 윤평국의 발끝을 맞고 튕겨나왔다. 결정적 찬스를 날렸다. 그러나 후반 5분, 이동준은 '결자해지' 속죄포를 터뜨렸다. 설영우의 날선 크로스에 필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혼신의 다이빙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동준은 짜릿한 시즌 10호골 직후 두손을 모은 '쏘리쏘리' 세리머니로 팬들에게 실축을 사과했다. 그렇게 울산은 1대0으로 승리했다. 승점 61점으로 선두를 지켰다.

올 시즌 울산은 위기를 오래 가져가지 않는다. 고비를 틀림없이 넘는다. 대구전 패배 후 2위 전북(승점 60)과 매경기 '승점 1점차' 박빙의 1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울산 선수단은 입을 모아 "쫓기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그저 우리의 축구를 할 뿐"이라고 말한다. 연패가 없는 팀, 위기에 강한 원팀, 올 시즌 울산은 그렇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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