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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강원FC 이영표 대표이사가 정규리그 막바지에 다다른 11월 중순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을 전격 선임했을 때 축구계에선 '늦은 타이밍의 감독 교체'란 말이 돌았다. 강원이 자동강등은 피하더라도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준비할 시간이 너무 짧다는 이유에서였다. 최 감독 본인도 이같은 우려를 여러차례 나타냈다.
최 감독이 사전 인터뷰에서 말한 것들이 현실이 되어 그라운드 위에 펼쳐졌다. 최 감독은 "모 선수(마사)가 말한 '압도적인 경기'는 없을 것이다. 원정과 홈에서의 우리 경기력은 다를 것"이라고 무기력한 경기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생각지도 못한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반 16분 대전 이종현의 장거리 원더골로 선제 실점할 때까지 분위기는 차가웠다. 합산스코어 0-2로 끌려가는 터라 남은 74분 동안 3골 이상을 넣어야 했다. 최 감독이 부임한 뒤 승강PO 1차전까지 3경기에서 단 2골을 넣은 강원이 감당하기엔 어려운 미션으로 보였다. 전반 26분 한가닥 희망이 피어났다. '에이스' 김대원이 상대 좌측을 완벽하게 허문 뒤 문전을 향해 크로스를 시도했다. 이 공이 대전 수비수 이지솔 발에 맞고 굴절돼 그대로 골라인을 넘었다. 기세를 탄 강원은 공포 그 자체였다. 1분 뒤 주장 임채민이 김대원의 코너킥을 강력한 헤더로 연결했다. 30분 이번엔 부주장 한국영이 세컨드볼을 잡아 과감하게 문전으로 파고든 뒤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동점골과 세번째 골까진 정확히 4분25초 걸렸다.
강원은 후반 상대의 거센 공세를 골키퍼 이광연의 연이은 슈퍼세이브로 막아냈다. 추가시간에 터진 조커 황문기의 추가골은 잔류 쐐기골이나 다름없었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최 감독, 코치, 선수들은 두 팔을 쭉 펴고 함성을 내질렀다.
최 감독은 경기 후 "2018년 서울에서 잔류싸움을 벌일 때에는 1차전에서 충분한 골(3대1 승리)을 넣어 숨 쉴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1차전에서 패해 2부로 강등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우릴 괴롭혔다"고 고백했다. 심리적으론 '기본'과 '편안함'을 새기기 위해 노력했고, 마사, 이현식을 앞세운 상대 미드필더와의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세 명의 미드필더를 두는 전술을 연구했다고 밝혔다.
부임 한 달도 되지 않아 잔류 역사를 쓴 최 감독은 벌써 다음 시즌을 바라봤다. 그는 이영표 대표와 기민한 협력을 통해 선수단을 보강해 잔류싸움이 아닌 6강 싸움, 나아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 싸움을 벌이는 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강릉=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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