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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022년 태풍의 눈은 단연 '김천 상무'다. 2021년 승격에 성공한 김천은 이번 겨울, 국가대표 경력을 가진 권창훈 이영재 김지현 강윤성까지 수혈하며 그야말로 막강 전력을 구축했다. 현역 '국대'만 5명이고, 나머지 선수들도 각 팀에서 핵심 멤버로 뛰었던 스타급 선수들이다. '레알 김천'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선수들 면면만 놓고보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은 물론, 우승권을 위협할만한 전력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꽉 찬' 연령대의 선수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번 겨울에도 1994년생인 이창민(제주 유나이티드)와 김승준(수원FC)이 고배를 마셨다. 2021시즌 K리그1 최고의 미드필더로 평가받은 이창민은 K4에서 뛰어야 하고, 김승준은 현역병으로 입대해야 한다. 대신 뽑힌 선수들은 아직 2~3년의 여유가 있는 1996년생 김지현과 1997년생 강윤성이다. 김천 관계자는 "최근 2년 내 대표 경력이 있는 선수들 위주로, 포지션을 '안배'해 뽑았다"고 설명했다. 김천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최전방과 측면 수비진에 김지현과 강윤성을 더해 화룡정점을 찍었다.
K리그 주변에서는 지나치게 성적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 김천의 행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시작은 지난 봄이었다. 당시 상무가 하반기에 선수를 뽑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프로축구연맹은 이를 확인한 후 각 구단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1994년생 선수들이 급하게 상무 지원에 나섰다. 시즌 중 뜻하지 않게 핵심 자원들을 뺏기게 된 각 구단들은 말그대로 '멘붕'이었다. 이후 상무가 하반기 모집 사실을 밝혔지만, 이미 대부분의 선수들이 지원쪽으로 마음을 굳힌 뒤였다. 각 구단들은 '연고지를 상주에서 김천으로 옮긴 후 승격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김천은 "우리도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억울해했지만, 결과적으로 김천은 후반기 입대생들의 활약으로 승격에 성공했다. 당시에도 김천은 현역병의 기로에 있는 1994년생들을 외면하고, 1995년생, 1997년생, 심지어 2001년생을 뽑았다.
상무는 한국 스포츠에서 대단히 중요한 존재다. 엘리트 선수들이 젊은 나이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며 '커리어 단절' 없이 경기력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K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김천 상무를 통해 많은 선수들이 상무를 통해 기량을 유지하고, 오히려 업그레이드되는 선수들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김천 상무의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현역 입대를 눈 앞에 둔 선수들을 외면한 채, 몇백억을 쓰는 팀들을 넘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 이상의 성적을 노리는 지금 상황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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