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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얄궂은 운명이었다. '일병' 권창훈(28·김천 상무)이 친정팀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양 팀 선수들은 120분 혈투를 치른 상태였지만, 승리를 향한 간절함 만큼은 무뎌지지 않았다. 승부차기도 팽팽하게 이어졌다. 김천은 수원의 첫 번째 키커 염기훈의 슛을 막아냈다. 수원은 김천의 네 번째 키커 조규성의 실축을 끌어내며 4-4로 맞섰다.
두 팀의 운명을 손에 쥔 키커는 공교롭게도 권창훈이었다. 권창훈은 수원의 '간판스타'다. 그는 수원의 18세 이하(U-18)팀인 매탄고 출신이다. 2013년 수원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했다. 수원에서 네 시즌을 뛰며 에이스로 거듭났다. 유럽 생활을 마치고 K리그로 돌아왔을 때도 당연히 수원의 유니폼을 입었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권창훈은 후반 10분 한찬희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라운드를 누비던 권창훈은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옛 동료와 마주했다. 한참을 뜸 들이던 권창훈은 수원의 골문을 향해 슛을 날렸다. 그의 슛은 수원 골키퍼 양형모의 손끝에 막혔다. 권창훈은 고개를 숙였다.
무려 150분 가까이 이어진 두 팀의 경기는 수원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수원은 전반 9분 정승원의 선제골로 1-0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후반 44분 김천 김지현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연장전까지 1대1로 맞섰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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