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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제의 'AI 크로스'는 수원 삼성의 '전술'이자 '희망'이다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09-05 16:29 | 최종수정 2022-09-06 05:37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K리그1 29라운드) 전반 27분쯤, 수원 레프트백 이기제(31)가 서울 진영 왼쪽 사이드라인에서 길게 날아온 공을 가슴으로 트래핑했다. 공은 한차례 바운드되어 튀어 올랐다. 이때, 대개 공을 그라운드에 세워두고 다음 동작을 한다. 그게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기제는 달랐다. 그대로 문전을 향해 하프 발리로 공을 띄웠고, 이것을 오현규(21)가 감각적인 슬라이딩 슛으로 연결, 선제골을 갈랐다.

이 장면에서 이기제가 자기 왼발킥에 대한 자신감이 얼마나 큰 지가 엿보였다. 또 인공지능(AI) 뺨치는 정확한 킥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란 점도 다시 확인했다. 이기제는 4분 뒤인 31분, 이번엔 상대 우측 진영에서 문전을 향한 왼발 크로스로 안병준의 헤더골을 도왔다. 수원은 이기제의 왼발 덕에 빠르게 리드를 잡을 수 있었고, 결국 후반 오현규의 추가골을 묶어 일류첸코가 뒤늦게 한 골을 만회한 서울을 3대1로 제압했다.

슈퍼매치에서 드러났듯, 이기제의 왼발은 그야말로 물이 올랐다. 이기제는 서울전 포함 최근 4경기에서 경기당 1개가 넘는 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성남전(8월14일)에서 2개, 강원전(8월27일)에서 1개 도움을 적립했다. 2018년 수원에 입단한 이기제는 지난해까지 K리그1 61경기에 나서 총 8개 도움을 기록했는데, 올해 한 해에만 26경기에서 그보다 많은 9개의 도움을 기록 중이다. 서른한 살에 맞이한 '커리어 하이'다.


중계화면 캡쳐

중계화면 캡쳐

중계화면 캡쳐
'이기제의 왼발'은 수원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전술'이자 반등의 '희망'이다. 이기제는 전반기에 다소 부진했던 오현규와 여름에 수원에 입단해 빠른 적응이 필요했던 안병준의 골을 도왔다. 두 공격수에게 지금까지 똑같이 3개씩 어시스트를 선물했다. 이들 공격수와 훈련에서 호흡을 맞춘 효과가 최근 경기장에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기제의 왼발 크로스와 안병준의 타점높은 헤더는 알아도 못 막는 수원의 강력한 무기다. 오현규는 이기제의 도움 덕에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는 슈퍼매치 포함 4경기 연속골을 넣었고, 수원은 해당 4경기에서 3승(1패)을 따내며 그룹A 진출 희망을 키웠다.

서울전 이후에 만난 이기제는 "시즌 초반에는 개인적으로나, 팀적으로 다 힘든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연습을 했고, 왼발을 연마했다. 최근에서야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9위 수원(승점 33점)은 이날 승리로 8위 서울(36점)과의 승점차를 3점, 7위 수원FC와의 승점차를 4점으로 좁혔다. 그룹A 마지노선인 6위 강원(39점)과는 6점차. 정규리그는 이제 4경기 남았다. 이기제는 "오늘 승리하면서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팀이 더 높은 위치로 가게끔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기제의 왼발은 이제 '친정' 울산 현대의 골문을 향한다. 수원은 7일 울산 원정을 떠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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