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선수들이 더 좋은 옵션이었다."
|
이날 상암벌을 가득 메운 6만 관중들이 "이강인!"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연호했다. 이강인이 교체될 때, 그리고 휘슬 후 벤투 감독이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그라운드로 걸어나왔을 때 팬들은 "이강인!" 함성으로 벤투를 압박했다. 벤투 감독의 말대로 "귀가 2개니 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 평가전, 라리가에서 현 시점 가장 잘하는 선수 중 하나인 이강인을 왜 실험해보지 않느냐는 팬들의 뜨거운 여론, 그러나 벤투 감독은 그답게 평소 스타일을 고수했다.
|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벤투의 소신은 확고하고, 참으로 한결같다. 미드필더에서 그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더 좋은 옵션', '다른 선수'들이 있다는 뜻이다. 이강인이 최근 좋은 모습을 보인다 하더라도 기존 믿고 썼던 선수들에 비해 팀적으로, 전술적으로 더 탁월한 점은 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월드컵을 불과 2개월 앞두고 변화나 혁신보다는 그동안의 전술, 믿고 써왔던 선수들을 다져가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슛돌이' 출신으로 2019년 U-20 월드컵 골든부트를 수상한 어린 재능으로 라리가에서 맹활약중인 이강인의 첫 월드컵을 보고 싶은 팬들 입장에선 야속할 일이지만, 축구에선 선수도 전술도 전적으로 감독의 선택이고,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도 감독에게 있다. 26명의 엔트리가 가능한 만큼 여전히 월드컵행 가능성은 열려 있다.
실력도 마음도 훌쩍 자란 이강인은 이날 경기 후 SNS에 이렇게 썼다. '경기에 나서지 못해 아쉽지만 언젠간 팬분들 앞에서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시기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경기장에서 많은 분들이 제 이름을 불러주셔서 큰 감동 받았습니다. 그 함성과 성원에 걸맞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가슴에 독을 품고 라리가 소속팀에 복귀할 '슛돌이' 이강인의 활약을 팬들은 '더 뜨겁게' 응원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