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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의 얄궂은 운명' 홍명보와 김상식, 두 감독만 제대로 웃지 못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22-09-28 17:00 | 최종수정 2022-09-29 00:54


프로축구 울산 홍명보 감독과 이청용, 전북 김상식 감독과 송범근이 28일 상암동 누리꿈스퀘에서 열린 'K리그 파이널라운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상암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9.28/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현대가의 우승 전쟁은 올해 또 다시 현실로 다가왔다. 4시즌째다.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는 또 다시 얄궂은 운명과 싸워야 한다.

그동안 매번 전북이 미소지었다. '우승 DNA'가 전북을 설명한다. 반면 울산은 눈물이었다. '만년 2위'의 설움이 울산의 그늘이다.

2022시즌 선두는 승점 66점의 울산이다. 2위는 승점 61점의 전북이다. 두 팀의 승점차는 5점이지만 2경기에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격차다. 울산은 2005년 이후 17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전북은 K리그 6연패를 노린다.

울산과 전북을 비롯해 파이널A에 진출한 6개팀의 감독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하나원큐 K리그1 2022 파이널라운드 미디어데이'가 28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렸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홍명보 울산 감독과 김상식 전북 감독이었다. 분위기가 미묘했다. 가장 위에 있는 두 사령탑의 얼굴에만 유독 긴장감이 가득했다. 포항(승점 55) 인천(승점 49) 제주(승점 46) 강원(승점 45) 감독들이 오히려 더 여유로웠다.

홍 감독은 A매치 브레이크 기간동안 현실 진단을 새롭게 했다. 트라우마 같은 허상을 지웠다. 홍 감독은 "불안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양한 각도로 연구해보고 상황을 점검했는데 특별한 해답이 없다. 결국 실력이 부족해 경기장에서 이기지 못했다"며 "실력에는 기술도 있지만, 정신력도 있다. 둘다 잘 키워야 강팀이 될 수 있다. 이것을 이겨내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식 감독은 전북의 '우승 DNA'를 믿고 있었다. 그는 "2009년 전북에 처음와서 9차례 우승했고, 현재 5연패 중이다. 세월 앞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선수들이 잘 이겨내 줘 여기까지 왔다.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남은 5경기에서 좋은 승부를 펼치면 멋진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선수들을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리그1은 '윗물'과 '아랫물'로 분리됐다. 파이널B에는 7~12위인 수원FC(승점 44) 서울(승점 41) 대구(승점 35) 김천, 수원 삼성(이상 승점 34) 성남(승점 25)이 위치했다. 고지는 분명하다. 파이널A는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 파이널B는 생존 전쟁이 펼쳐진다.

포항 인천 제주 강원의 현실적인 목표는 ACL 진출이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개막하기 전 강등 예상 3개팀에 포항이 들어갔다. 그 어려움을 이겨내 기쁘게 생각한다. ACL도 탐이 나지만 좀더 공격적인 스틸러스만의 축구를 보여주겠다"며 웃었다. 조성환 인천 감독은 팬들을 향해 "(ACL 해외원정을 위해)여권을 준비하라"는 말로 목표를 대신했고, 남기일 제주 감독이 "해외"라는 단어로 출사표를 이어갔다. 그러자 최용수 강원 감독은 "파이널A에 막차로 탑승하게 됐는데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ACL 출전권으로 옥신각신하는데 늘 보던 흔한 풍경이다. 우린 마지막까지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웃었다.


팀당 5경기씩을 치른 후 이번 시즌의 모든 위치가 결정된다. 김상식, 김기동, 조성환 감독은 전승, 최용수 감독은 3승 이상, 남기일 감독은 4위 이상이 목표라고 했다. 홍명보 감독도 전승을 내걸긴 했지만 "초반 성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일찍 마무리할 수 있다"며 조기 우승의 열망도 드러냈다.

이채로운 목표 달성 공약도 나왔다. 최용수 감독은 "강원에 와보니, 찰옥수수, 감자도 있고, 지금은 고구마도 캐고 있더라. 이걸 줄 수도 없고. 내가 조금 더 생각을 해야 할 답변 같다"고 했다. 팬들 사이에서 '횡성 한우'가 나오자, 최 감독은 "강원 한우도 좋고 뛰어나다. 그런데 서울도 좋다. 굳이 멀리와서 먹을 필요가 있을까"라고 발을 뺐다. 남기일 감독은 노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조성환 감독은 ACL 해외 원정 티켓을 약속했다. 김상식 감독은 팬들과 함께하는 '소고기 먹방', 홍명보 감독은 선수단과의 단체 캠핑을 내걸었다.

미디어데이에는 감독과 함께 각 팀의 대표선수 1명도 동석했다. 이청용(울산) 송범근(전북) 신진호(포항) 오반석(인천) 정 운(제주) 김동현(강원)이 무대에 올랐다.

'공공의 적'은 울산이었다. 파이널라운드에서 꼭 이기고 싶은 상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서 김동현 오반석 정 운이 울산이라고 했다. 이청용은 "시즌을 치르면서 잘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있었는데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은 후 전북이라고 대답했다. 반면 송범근은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1승2패로 열세인 제주, 신진호는 파이널라운드 첫 상대인 전북을 선택했다.

송범근은 '우승 DNA'도 맘껏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울산과의 우승 경쟁에 대해 "재밌는 것 같다. 앞서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추격하는데도 희망이 있고 설렌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돼 선수들이 하나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청용을 향해서는 "우승하면 현대차를 30% 싸게 살 수 있다"고 하자 이청용은 "난 차가 있다"고 받아쳤다.

울산은 인천전을 시작으로 전북, 포항, 강원, 제주를 연달아 만난다. 그 사이 전북과 FA컵 4강전도 치러야 한다. 전북은 포항, 울산, 강원, 제주, 인천과 상대한다. K리그1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질주를 다시 시작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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