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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헛발질에 진퇴양난.'
강원 팬들이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45)의 재계약 불발을 수긍하지 않는 가운데 어떤 후임자를 내놓더라도 반발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단 이사회 통과 과정도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7일 강원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대표의 재계약 불발 사태와 관련해 "계약 만료로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은 걸 잘 안다. 새 대표는 8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 재계약 지지를 선언한 강원 서포터스 '나르샤'가 그동안 김 지사와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자 8일 강원도청을 항의 방문키로 한 상황이다. 김 지사의 이같은 발언은 주변 여론에 상관없이 '이영표 밀어내기'를 강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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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앞서 강원도 관계자자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대로 월드컵을 경험했고, 축구계에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이 대표, 최용수 감독과도 잘 아는 사이다. A씨가 최종적으로 후임 대표직을 수락할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축구인들 사이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확산하고 있다.
온갖 잡음을 초래한 김 지사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편승하는 게 축구인들의 유대관계를 배신하는 행위라는 시각이다. 축구뿐 아니라 스포츠인들은 선-후배나 동료간에 의리, 동업자 정신 등을 중요시 한다. 월드컵과 국가대표팀에서 동고동락했던 사이라면 더욱 그렇다.
A씨와 이 대표를 잘 아는 한 축구인은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던 후배(이 대표)가 이런 식으로 '팽'당하는 사태에 공분하는 축구인이 많은데 그 빈자리를 A씨가 꿰차고 들어간다? 제안을 받았어도 고사하는 게 우리가 아는 축구인의 양심이다"면서 "A씨는 헛소문이길 바란다. A씨가 아닌 다른 축구인이라도 이 대표를 몰아낸 자리를 차지한다면 축구계에서 매장당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축구인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 상황에서 이영표의 뒷자리를 노리는지…, 같은 축구인으로서 창피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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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가 '정치적 선택'으로 지방선거 당시 공로자나 측근 등 이른바 '축알못' 인물을 후임자로 선택해도 문제다. 시·도민 구단의 병폐로 지적돼왔던, 자치단체장 선거 결과에 따라 시·도민 구단이 요동치는 나쁜 선례를 답습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호불호에 따라 지역 축구팬들의 반발도 더 커질 수 있다.
여기에 구단 이사회의 의결을 통과할지 미지수다. 강원FC 관련 규정에 따르면 대표이사의 선임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의결 방식은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 찬성이다. 현재 강원 구단 이사회는 이 대표를 제외하고 8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강원 구단 이사인 홍석표 강원대 교수는 지난 2일 이 대표 재계약 불발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며 이사회 소집을 요구한 바 있다. 또다른 이사 B씨도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홍 교수와 같은 입장을 표명하는 등 이사회의 반대 기류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지사의 일방통행으로 인해 2022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강원FC는 세찬 소용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 타 구단 관계자는 "가까스로 후임자가 선임된다 하더라고 상처뿐인 영광일 것이고, 결국 막다른 골목에서 벌집 쑤셔놓은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