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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이유없는 반전은 없다.'
하지만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자꾸 패하면서 서로 탓하기는 커녕 '부상자가 회복까지 어떻게든 버텨보자'고 서로 위로하며 전화위복으로 삼았단다. 그런 분위기를 유도한 이는 남 감독과 주장 구자철 등 고참 베테랑들이었다. 특히 남 감독은 종전까지 '까칠한' 이미지를 버리고 팬과 선수단에 먼저 다가서는 친화적 이미지로 변신하는 중이었다.
'믿음' 단어를 거듭 언급한 남 감독은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변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웃은 뒤 "이제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먼저 움직이려 하는 등 소통도 잘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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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부상 고난의 시간을 '전화위복'으로 삼은 제주 선수단, 이와 관련해 구단측은 숨은 일화를 소개했다. 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분위기가 흉흉할 때 제주 클럽하우스에 말 못할 고충이 있었다. 클럽하우스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제주 산하 U-18 유소년팀 선수들은 형님들 눈치 보기 바빴다. 문체부장관배 전국고교축구대회(2월 말)에서 5년 만의 우승 쾌거를 달성했지만 프로팀 성적 때문에 우승 기쁨을 내색하기는 커녕 슬금슬금 피해다녔다.
어색한 날이 며칠 흘렀을까. 남 감독이 유스팀을 향해 깜짝 제안을 했다. "선수 6명을 빌려주면 안될까." 프로팀 필드플레이어 총 28명 가운데 14명이 부상으로 빠진 바람에 자체 연습경기도 하지 못할 상황이 되자 유스팀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선망의 대상'인 프로 선배들과 연합 훈련을 한 유스팀 선수들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라며 감동했다고 한다.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남 감독이 먼저 다가가자 클럽하우스 전체 분위기에 봄바람이 불었고, 다시 뭉치는 계기가 됐다.
구단 관계자는 "여기에 숨은 공신은 새로 부임한 구창용 대표다. 성적 부진에도 남 감독을 끝까지 믿고 기다렸다. 결국 그 믿음에 감독과 선수단이 화답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제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