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역임대? 망신스럽다…."
강원의 방침이 양현준의 의사와 배치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강원 구단은 이적 불가를 설명하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협상 과정을 공개한 바람에 논란 빌미를 제공했다.
강원 측은 22일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현준의 여름 이적 불가를 강조하면서 셀틱 측에 역으로 제안한 사실을 언급했다. 강원의 급한 상황 때문에 셀틱에 이해를 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도 했다. 강원이 제안한 것은 이른바 '역임대(이적 후 임대)'다. 일단 이적한 뒤 6개월 임대선수로 달라는 방안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계약은 지금 하되, K리그1 2023시즌 종료 후 보내겠다는 안도 제시했다고 한다.
|
에이전트 A씨는 "강원이 제안한 '역임대' 거래를 본 적이 없다. 역지사지로 강원이 그런 제안을 받았다면 수용하겠나"라며 "협상 잘 해오다가 막판에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을 해놓고, 셀틱이 거절했다고 하면 상대를 우롱하는 것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에이전트 B씨는 "예를 들어 백화점에서 큰 마음 먹고 명품 구입했는데 '일단 결제하시고 물건은 우리가 좀 쓰다가 6개월 뒤에 보내드릴게요'라는 소리를 들었다치자. 가만히 있을 고객이 있겠나"라며 "급박했다는 강원 구단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그걸 협상 결렬의 한 이유로 들거나 공개적으로 떠벌릴 일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
구단 관계자 C씨는 "당장 이적시킬 상황이 안 되면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등 무대에서 가치를 높여서 좋은 클럽에 더 좋은 조건으로 보내주기 위해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던가, '시즌 성적을 위해 꼭 필요한 선수라 지금은 보내줄 수 없다'는 등 불가피한 결정이란 점만 강조하면 될 것을 괜한 사족을 붙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축구계 관계자는 "K리그 구단 입장에서 셀틱은 유럽 빅리그 진출 교두보가 되는 '굿마켓'이다.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거래처'를 잃지 않기 위해 상대를 배려하는 마무리가 필요하다. '이적 후 임대'를 보내는 쪽에서 요구한 것은 처음 접한 사례라 당혹스럽다"고 했다. 이들 관계자에 따르면 '영입하는 팀'이 필요에 따라 영입 선수를 타 구단에 임대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선수를 '보내는 팀'이 임대를 거래조건으로 내거는 경우는 이적시장에서 본 적이 없는 일이라고 한다.
에이전트 D씨는 "어처구니 없다. 그냥 이적시키기 싫다고 하면 될 것을 왜 '역임대'를 제안해서 유럽시장에 K리그 구단의 나쁜 이미지만 심어놓느냐"면서 "프로 구단 행정을 알기나 하는건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