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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설영우(25·울산)는 겁없는 '젊은피'다. 그는 지난해 17년 만의 K리그1 우승이 확정되자 김민준과 함께 홍명보 감독의 기자회견장에 난입했다. '카리스마의 대명사'인 천하의 홍 감독이지만 이들의 '도발'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깜짝 물벼락에 함박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무뚝뚝한 홍 감독이지만 설영우 앞에선 '장난기'가 발동한다. 설영우의 애칭은 '촌놈'이다. 설영우가 3월 A매치에 처음으로 대체발탁되자 애정이 듬뿍 담긴 조언이 화제가 됐다. "가서 '촌놈' 티 내지 말고, 긴장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해."
아틀레티고 마드리드전에서는 얘깃거리를 몰고다녔다. 그는 유일하게 풀타임을 소화했다. 오른쪽 풀백에서 뛰다 센터백으로 보직을 변경하며 '팀 K리그'의 3대2 승리에 일조했다. 사실 그는 풀타임을 예견했다. 광주의 티모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경기 직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팀 K리그' 사령탑이 홍 감독이라 '울산의 막내'인 그가 '유탄'을 맞을 것으로 짐작했다. "경기 전에 감독님께서 불러서 풀타임 괜찮겠냐고 물었다. 티모도 갑자기 아파서 (김)영권 형, (조)현우 형이랑 우리끼리 밥 먹으면서 누군가 풀타임을 뛰어야 하는데 누가 될까 맞추고 있었는데 역시 나였다. 팀에서 경기를 뛰려면 당연히 '괜찮다'고 해야 해, '괜찮다'고 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간판 앙투앙 그리즈만과의 유니폼 교환도 흥미로웠다. "영어 실력은 안 좋지만 '아이 엠 설영우'라고 하니까, 안다고 하면서 하이파이브를 해주더라. 그래서 '셔츠 체인지' 하니까, 들어가서 기다려달라고 하더라. 누군가를 기다린 적이 없는데 앞에서 20분쯤 기다렸다. 그리즈만이라 기다렸다." 설영우는 이어 "내가 '촌놈'인 것은 나역시 잘 알고 있다. 평생 그 타이틀은 못 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지만 그라운드에선 투지와 승부욕이 넘친다. '궂은 일'에도 가장 먼저 손을 든다. 올 시즌 K리그1은 설영우의 시간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