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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김민재를 놓친 나폴리가 뼈저린 후회를 하고 있다.
나폴리 관련 소식을 전하는 '아레나 나폴리'는 '나폴리는 세계 최고의 선수를 잃었다. 나폴리는 재정적으로 상당한 이득을 얻었지만, 축구적으로는 상당히 약해졌다. 나폴리는 스피드, 적응력, 리더십은 물론 체력까지 갖춘 가장 강력한 센터백을 잃었다. 팬들이 그를 괴물이라고 부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고 했다.
김민재는 지난해 여름 페네르바체에서 나폴리로 이적할 당시, 바이아웃을 삽입했다. 바이아웃은 설정된 금액을 제시한 구단이 나오면 이적협상을 할 수 있는 제도다. 금액은 5000만유로 정도로 알려져 있다. 김민재가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5000만유로는 그야말로 헐값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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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나폴리에서 뛰었던 조반니 임프로타도 '일 나폴리 온라인'을 통해 "김민재에 의해 가려진 약점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폴리는 라치오전에서 많은 것들이 잘되지 않았다. 불행히도 그들은 역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약점은 이미 스팔레티 감독 때부터 있었고, 이를 김민재가 운동능력과 속도로 감췄는데, 이제는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나폴리는 지난 라치오전에서 1대2로 패했다. 당시 아미르 라흐마니와 주앙 제수스가 중앙을 지켰는데, 라치오의 역습에 힘을 쓰지 못했다. 수비전환에서 아쉬움을 드러낸 나폴리는 패배의 쓴 맛을 봤다. 야심차게 영입한 나탄이 아직 데뷔도 하지 못한 나폴리는 수비 불안 속 시즌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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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는 2022~2023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김민재는 지난 여름 나폴리 유니폼을 입었다. '레전드' 칼리두 쿨리발리를 첼시로 보낸 나폴리는 대체자로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한 시즌 동안 최고의 모습을 보인 '한국인 센터백'을 낙점했다. 나폴리는 바이아웃인 2000만유로를 지불하며, 스타드 렌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던 김민재를 하이재킹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영입했다.
이 선택은 결국 최고의 한 수가 됐다. 생소한 왼쪽 센터백으로 선 김민재는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하며 빠르게 중심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9월 김민재는 세리에A '이달의 선수'에 뽑혔다. 2019~2020시즌부터 시상한 세리에A 이달의 선수에 아시아 국적 선수가 선정된 것은 김민재가 최초였다. 10월에는 이탈리아 축구선수협회 선정 이달의 선수상 영광을 안기도 했다. 초반부터 강한 인상을 남기며 '철기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리그 35경기에 출전한 김민재는, 각종 통계 사이트에서 세리에A 센터백 중 평점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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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의 맹활약 속 나폴리는 33년만에 감격스러운 리그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나폴리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레전드' 고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하던 1986~1987시즌, 1989~1990시즌 이후 세 번째다. 김민재는 한국인 최초로 스쿠데토를 차지했다. 유럽 5대 리그 기준으로, 한국인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것은 맨유의 박지성, 바이에른 뮌헨의 정우영 이후 세번째다. 수비수로는 첫 번째 우승이다. 아시아 선수가 세리에A 우승을 차지한 것도 2000~2001시즌 AS로마의 나카타 히데토시 이후 처음이다.
놀라운 활약으로 시즌 내내 빅클럽의 주목을 받은 김민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치가 상승했다. 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 6000만유로까지 상승했다. 한국 선수로는 손흥민 보다 높은 최고 몸값이었다. 김민재는 올 여름 내내 맨유, 맨시티, 뉴캐슬, 리버풀, 첼시, 아스널, 토트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파리생제르맹 등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았다. 한국 선수의 이적설이라고는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역대급 사가였다. 김민재 영입전은 마지막까지 뜨거웠다. 맨유와 뉴캐슬의 하이재킹 시도까지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바이에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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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와 맨유의 이야기는 한 달 넘게 지속됐다. 라파엘 바란-리산드로 마르티네스 콤비가 수비를 지키는 맨유는 두 선수의 내구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빅토르 린델로프와 에릭 바이 역시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김민재 영입을 통해 확실히 우승권 수비진을 갖고 싶어했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이 김민재를 점찍은 배경이다. 하지만 맨유는 많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계륵으로 전락한 해리 매과이어의 방출 문제가 풀리지 않는데다, 가장 중요한 인수 문제까지 꼬였다.
그 사이 바이에른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민재가 군사훈련을 받으러 간 7월15일, 기류가 완전히 바뀌었다. 플로리안 플레텐베르그의 보도가 시작이었다. 산티 아우나, 로마노 등 유력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토마스 투헬 감독이 김민재를 영입에 열을 올렸다. 빌트에 따르면 투헬 감독은 김민재와 직접 화상통화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철 박주호 등과 함께 한 바 있는 투헬 감독은 이같은 사실을 적극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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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5000만유로(약 710억원)으로 추정된다. 김민재는 나폴리와 계약 당시 바이아웃을 설정했는데, 5000만유로로 알려져 있다. 최근 나폴리와 협상 문제로 이적료가 다소 올라갔다는 보도도 있는만큼,그 이상이 될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한국 선수 최고 이적료이자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임은 분명하다. 이전까지 한국 선수 최고 기록은 손흥민이 2015년 토트넘으로 이적할때 기록한 3000만유로(약 426억원), 아시아 선수 최고 기록은 나카지마 쇼야가 알두하일에 합류하며 기록했던 3500만유로(약 497억원)이었다. 김민재는 뤼카 에르난데스(8000만유로·약 1136억원)과 마타이스 더 리흐트(6700만유로·약 951억원)에 이어 바이에른 역사상 세번째로 비싼 사나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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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는 라이프치히와의 2023~2024시즌 독일 슈퍼컵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비록 팀의 0대3 패배에 묻히기는 했지만, 공식 데뷔전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김민재는 후반 시작과 함께 마티아스 데 리흐트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민재는 후반 14분 상대 로이스 오펜다와의 스피드 경합에서 승리하고, 후반 25분 완벽한 태클을 성공시키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25분 벤자민 세슈코가 골키퍼를 따돌리고 득점 기회를 잡았을때 막아낸 장면은 단연 백미였다.
서서히 몸을 만들어간 김민재는 베르더 브레멘을 상대로 리그 데뷔전을 치렀고, 지난 묀헨글라드바흐전에서는 독일 입성 후 처음으로 풀타임에 성공하며 연착륙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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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롱도르는 기본적으로 공격수에게 유리하다. 수비수가 발롱도르를 차지한 것은 2006년 파비오 칸나바로가 가장 최근이다. 이후 버질 판 다이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수상에 실패했다. 이번 30명의 후보 중에서도 과반에 해당하는 무려 15명이 공격수였다. 케빈 더 브라이너, 자말 무시알라, 마르틴 외데가르 등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포함시키면 숫자는 훨씬 많다.
당장 이번 명단에 포함된 수비수는 김민재를 포함해 단 3명 뿐이다. 맨시티의 트레블을 이끈 후벵 디아스와 '천재 수비수' 요슈코 그바르디올 뿐이다. 김민재의 활약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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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가 당장 이 기록을 넘기는 힘들겠지만, 불리한 수비수로 발롱도르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이다. 당장 지난해 발롱도르 30명의 후보 중 수비수는 판 다이크와 안토니오 뤼디거 뿐이었다. 그만큼 김민재의 후보선정은 대단한 일이다. 나폴리가 그를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