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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결국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A대표팀 감독(60)의 자질 부족이다. 대표팀의 두 핵심 축, 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의 갈등설은 '사실'이었다.
이 갈등의 여파는 결과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 고참급 선수들이 경기 전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이강인의 명단 제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강인은 선발 출전했다. 요르단전은 말그대로 최악의 졸전이었다. 당시 한국은 유효슈팅을 1개도 날리지 못하며 0대2 완패,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 전까지 한국의 공격을 이끌던 손흥민과 이강인은 경기 중 이렇다할 호흡을 보이지 않았다. 경기 후에도 서로 위로를 주고 받지 않았고, 각자 고개를 숙인채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이번 아시안컵 동안 대표팀을 따라붙던 '갈등설' '내분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회 내내 '해외파 공격수 A가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인다', '해외파 공격수 A와 B 사이가 좋지 않다', '국내파가 해외파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등의 이야기가 대표팀 안팎에서 떠돌았다. 심지어 훈련 중 해외파 공격수 A가 선배 수비수와 충돌하는 장면까지 일부 취재진에 노출됐다. 손흥민-이강인 갈등설도 그 중 하나였다. 여러 루머의 진위 여부를 떠나, 분명한 것은 클린스만 감독이 대표팀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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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16강 달성에 가려졌지만, 카타르월드컵 당시 '2701호 논란'으로 대표팀 내 갈등이 외부로 알려지게 됐고, 그 속에서 '괴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대표팀 은퇴설 해프닝도 있었다. 유럽에서도 정상권으로 평가받으며, 스타들이 늘어난 우리 대표팀에서 '레전드' 클린스만 감독이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실제 클린스만 감독은 K리그는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면서까지, 해외파 선수 관리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이번 사실을 통해 이 조차도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심지어 이번 사태는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서 펼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 앞에서 선수들이 충돌했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으로, 사실상 감독이 팀내 장악력을 상실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손흥민의 요르단전 후 인터뷰는 의미심장하다. 그는 "내가 앞으로 대표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감독이 나를 더 이상 생각 안 하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토트넘 복귀 후 현지 언론에는 "아시안컵 얘기는 다시 꺼내고 싶지 않다"고 까지 말했다. 평소 손흥민의 인터뷰와는 전혀 다른 뉘앙스였다.
갈등 없는 조직은 없다.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결국 리더의 몫이다. 선수들을 관리해야 할 총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명확해진 건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도, 용병술도, 매니지먼트도 없다. 그가 위기에 처한 A대표팀을 다시 이끌, 그 어떤 이유와 명분도 보이지 않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