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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손흥민은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다. 토트넘 역시 손흥민을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에 매각할 생각조차 없다.
손흥민이 사우디 구단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 돌입하기 전부터다. 2022년부터 사우디 구단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앞세워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을 대거 수집하고 있다. 출발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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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BS 스포츠'에서 활동하는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인 벤 제이콥스는 지난 1월 "이번 여름 사우디 구단들은 이적료, 연봉, 에이전트 비용을 포함해 리그 전반적으로 20억 파운드(약 3조 3,779억 원)를 지출할 예정이다. 사우디 구단들은 지난 여름 이적료로만 7억 5천만 파운드(약 1조 2,667억 원)를 사용했다"면서 사우디 구단들이 2024년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슈퍼스타 영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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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구단이 노리고 있는 슈퍼스타 중에 한 명이 바로 손흥민이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손흥민 영입에 대한 의지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글로벌 축구 매체 ESPN은 '알 이티하드는 이적료 6,000만 유로(약 867억 원)와 보너스를 포함한 오프닝 비드를 통해 손흥민을 영입할 준비가 완료했다. 사우디 최고 클럽들은 이번 여름 많은 프리미어리그 스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손흥민은 가장 최근에 눈에 띄는 이름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영국 유력 매체인 스카이 스포츠에서도 손흥민의 사우디 이적설을 다룬 적이 있다. 매체는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은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의 타깃이며 이미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우디는 손흥민이 내년에 자국 클럽에 합류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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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들은 항상 2024년 영입 목록에 있었던 토트넘 주장 손흥민에게도 접근할 것이다. 손흥민은 지난 여름 사우디로의 이적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는 확보하기 매우 어려운 타깃이 될 것이지만 사디오 마네와 로베르토 피르미누도 마찬가지였다. 두 선수 모두 결국 사우디로의 이적을 수락했다"며 사우디 구단들이 손흥민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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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시즌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수령하는 연봉은 1,150만 유로(약 166억 원)로 파악되고 있다. 손흥민에게 관심을 가졌던 알 이티하드는 손흥민에게 3,000만 유로(약 433억 원)를 준비했다. 손흥민이 연봉 3배의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더 큰 규모의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 구단들이 돈만 앞세운 건 아니다. 선수들한테 장기간의 계약을 약속하면서 마음을 흔들리게 만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30대 선수들이나 부상이 잦은 선수들은 유럽 빅리그에서는 재계약 협상을 할 때 다년계약을 제안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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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손흥민의 사우디 이적설을 밝혔던 풋볼 트랜스퍼는 손흥민이 토트넘에서의 미래를 고민해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토트넘의 중추적인 인물이었던 손흥민은 앞서 지난 여름에도 클럽에 남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이번 시즌에도 토트넘이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진출에 실패하면 자신의 미래를 재평가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은 2025년에 만료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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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토트넘은 손흥민을 보낼 생각이 전혀 없다. 영국 '풋볼 인사이더'에서 토트넘 전담 기자로 활약하는 폴 오 키프는 27일 '31세의 손흥민은 여름 이적 시장을 앞두고 사우디 프로리그 클럽들과 폭넓게 연결되고 있다. 토트넘은 위태로운 계약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장 손흥민에 대한 어떠한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이라고 밝혔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재계약을 준비 중이었다. '고위 소식통은 토트넘이 여름에 공식적으로 자리를 잡고 손흥민과의 새로운 계약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토트넘은 재계약에 대한 손흥민의 관심을 알아보기 위해 비공식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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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경기장에서도 증명이 되고 있다. 손흥민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위해 1달 정도 토트넘 선수로 뛰지 못했는데도 여전히 팀 내 최다 득점자이자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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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밖에서도 손흥민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 이상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의 새로운 시대를 맡을 주장으로 손흥민을 임명했다. 토트넘 역사상 최초로 비유럽권 주장이 된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모두가 손흥민이 월드 클래스라는 것을 알고 있다. 라커룸에 있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엄청난 존경을 받고 있다. 그는 선수단 내에서 그룹을 초월한다"며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만족을 표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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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선수를 사우디 구단에 팔려고 했다가는 팬들의 불만이 폭발해버릴 것이다. 토트넘도 손흥민과 오랫동안 동행하고 싶어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당장 토트넘은 손흥민의 계약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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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 발동의 주체는 토트넘이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동의 없이도 계약을 2025~2026시즌까지 연장할 수 있는 것이다. 토트넘은 당장 해당 조항을 발동할 계획은 없지만 재계약 타이밍을 조절한다던가, 당장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서 언제든지 계약 연장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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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역시 토트넘에, 프리미어리그에 남는 걸 원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손흥민은 "전 아직 그곳(사우디)에 갈 준비가 안 됐다. 프리미어리가 좋고,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기)성용이 형이 한번 이야기하지 않았었냐. '대한민국의 주장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라고. 저한테 지금은 돈이 중요하지 않다. 제가 좋아하는 축구를 한다는 자부심과 좋아하는 리그에서 한다는 게 중요하다. 아직도 프리미어리그에서 해야 할 숙제도 많다. 소속팀 팬들은 좋아할 것 같다. 잘 돌아가서 준비하겠다"며 직접 사우디 이적설에 종지부를 찍었다. 당시 손흥민의 발언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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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토트넘과 손흥민의 재계약은 시기의 문제로 보인다. 양 측의 입장이 다르지 않기에 연봉과 계약 기간만 조정이 된다면 충분히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과 토트넘이 재계약에 합의한다면 상당한 수준의 연봉 인상이 기대된다
현재 토트넘에서 두 번째로 연봉이 높은 손흥민이지만 2021년 재계약 당시와 비교해 팀에서의 중요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2021~2022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전설적인 역사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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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의 재정 상황 역시 매우 상황이 좋다. 미국 딜로이트가 발표하는 '축구 재정 보고서' 2024년판에 따르면 토트넘은 2022년 수익 5억 2,300만 유로(약 7,555억 원)에서 2023년 6억 3,100만 유로(약 9,116억 원)까지 상승했다. 토트넘은 1년 만에 수익이 2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축구 구단 중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구단 8위에 올랐다.
더욱이 토트넘은 최근 들어서 고액 연봉자를 대거 처분했다. 케인, 에릭 다이어, 위고 요리스, 이반 페리시치 등이 팀을 떠나면서 주급 체계에 있어서도 상당한 여유가 생겼다. 현재 손흥민의 연봉은 프리미어리그 기준으로 30위권에 해당된다. 손흥민의 위상을 고려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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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과 재계약하면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11번째 시즌을 마주하게 된다. 이미 토트넘과 프리미어리그의 역사가 된 손흥민이지만 더 위상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90min은 역대 최고의 프리미어리그 선수 TOP 50인을 발표하면서 손흥민을 50위로 선정했다.
프리미어리그 역대 득점 23위, 도움 26위인 손흥민이기에 앞으로 몇 시즌만 더 뛴다면 각 기록에서 20위권 진입은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