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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4일 오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힐튼 호텔.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와 '차기 국가대표팀 최종후보' 데이비드 와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이 마주 앉았다. 현지시각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가량 대면 면접을 했다. 전날인 3일 거스 포옛 그리스 대표팀 감독과 스페인에서 미팅을 한 이후 독일로 이동해 두 번째 후보를 만났다. 이 이사가 8일 홍명보 울산 감독의 A대표팀 감독 선임을 발표하고 선임 과정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직접 밝힌 내용이다.
와그너 감독은 미팅 준비도 철저히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표팀 운영 방안부터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만날 중동팀들에 대한 대처법 등의 내용이 담긴 장장 5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교 특급' 양민혁(강원), 올림픽 대표 출신 수비수 이한범(미트윌란), 스완지시티로 이적한 엄지성(광주) 등 한국 축구를 책임질 젊은 자원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어떻게 경기를 운영하고 훈련 프로그램을 짜겠다는 게임 모델, 훈련 모델 영상도 이 이사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와그너 감독은 과거 대표팀 후보 1순위였던 제시 마치 캐나다 감독 이후 열린 자세로 한국행에 열의를 보인 지도자였다.
하지만 와그너 감독측은 협회로부터 연락을 받는 대신 7일 오후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황당함, 실망감을 넘어 불쾌함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우리가 선임되지 않을 수 있지만, 후보자에게 사전 통보없이 다른 감독 선임을 발표하는 경우가 어디있냐'고 발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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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또한 후보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았다. 이 이사는 브리핑 현장에서 "한 분은 굉장히 강도 높은 압박을 강조하는 철학을 지녔다. 그 철학을 존중한다. (하지만)과연 우리가 빌드업을 시작하면서 미래로 가는데 이런 압박 철학을 가진 분을 선수들에게 붙이는 게 맞을까. 중동팀과 맞붙을 때 상대가 움츠릴 텐데, 우리가 빌드업을 통해 전진하고 많은 기회를 내야 하는데 수비 라인을 너무 올리면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해 고전한 경험이 있다. 이런 걸 잘 극복할 수 있을까. 후반까지 체력 문제는 없을까. 이 확고한 철학을 선수들이 대표팀 소집 기간 10일 안에 이해하면서 경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고 했다.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전방 압박을 중시하는 와그너 감독에 대한 이야기였다. 홍 감독을 선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굳이 와그너를 '한국 대표팀 실정에 맞지 않는 감독'으로 평한 것이다. 홍 감독의 성과가 다른 두 후보보다 낫다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기도 했다. 와그너 감독은 도르트문트 2군에서 성장해 허더스필드를 EPL로 승격시킨 이력이 있다. 최근 4~5년간은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시즌 잉글랜드 2부 노리치시티에서 경질된 와그너 감독은 커리어 반등을 위해 한국직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에 빌드업을 중시하는 감독을 선임할 거면 와그너 감독을 비롯해 철학이 다른 감독을 후보군에서 과감히 제외했어야 한다. 와그너측이 '그럼 굳이 독일까지 우릴 왜 만나러 온거지?'라고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
협회의 감독 선임 철학도 오락가락이다. 이 이사는 마치 빌드업이 '정답 전술'인 것처럼 말했는데, 이런 기준이면 마치 감독도 한국 감독 대표팀이 됐으면 안된다. 마치 감독 역시 전방 압박을 중시하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10차 회의 끝에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사퇴를 하고 그 역할을 이 이사가 물려받았다고 해서 감독 선임 기준까지 달라진 셈이다. 이 이사가 축구팬들의 가려운 부분을 해소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의혹만 더 커졌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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