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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K-모드리치' 황인범(28·츠르베나 즈베즈다)의 선택은 네덜란드 전통명문 페예노르트였다.
페예노르트는 최적의 선택지로 여겨진다. 해외 진출 후 꾸준히 유럽 빅리그 문을 두드리던 황인범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소위 4대리그(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의 제안을 기다렸던 게 사실이다. 세르비아 매체발로 레알 베티스(스페인), 크리스탈 팰리스(잉글랜드) 등의 관심설이 보도됐다. 분데스리가 복수 클럽과도 연결됐다. 2023~2024시즌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22경기에서 4골4도움을 올리는 맹활약으로 리그 올해의 선수로 뽑히고,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맨시티를 상대로 득점한 황인범의 프로필은 이미 유럽 빅리그에도 널리 퍼진 상태다. A매치 경력도 60경기 6골.
이적료가 관건이었다. 즈베즈다는 지난해 여름 황인범을 영입하기 위해 클럽 레코드인 500만유로(현재환율 74억원)를 투자했다. 상대 구단이 협상없이 영입할 수 있는 금액을 뜻하는 바이아웃은 750만유로(약 111억원) 전해졌다. 단, 유럽 5대리그 이적시에만 발동되는 조항이었다. 2024~2025시즌 기준으로 유럽 리그 랭킹 6위인 네덜란드의 클럽이 황인범을 영입하기 위해선 즈베즈다와 따로 협상을 펼쳐야 한다는 뜻이었다. 4대리그 이적시장 마감일인 지난달 30일까지 제안을 한 4대리그 팀은 등장하지 않았다. 황인범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실제로 많은 팀에서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100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지불하는데 난색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황인범은 지난해 여름 즈베즈다에 입단하기 전에도 4대리그 한 팀과 계약 직전까지 갔지만, 이적료 등 변수로 인해 이적이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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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측에 따르면, 황인범은 크게 두 가지 조건에 끌렸다. 하나는 지구상 최고의 축구대회로 여겨지는 챔피언스리그 출전 여부다. 페예노르트는 아르네 슬롯 현 리버풀 감독이 이끌던 지난시즌 에레디비시 2위를 차지하며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즈베즈다에서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경험하며 '챔스의 맛'을 알아버린 황인범은 페예노르트 이적이 확정되면 당장 이번달부터 레버쿠젠(홈), 지로나(원정), 벤피카(원정), 레드불 잘츠부르크(홈), 맨시티(원정), 스파르타프라하(홈), 바이에른뮌헨(홈), 릴(원정) 등 유럽에서 내로라하는 팀들과 상대한다. 1996년생 동갑내기 김민재(뮌헨)와의 '챔스 절친 더비'는 대중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황인범이 거쳐온 루빈 카잔(러시아), 올림피아코스(그리스), 즈베즈다 등이 유럽 주요리그 진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는 하지만, 4대리그 직행 가능성만을 놓고 보면 페예노르트를 따라올 수 없다. 앞서 언급한 헤이르트라위다와 비퍼르 사례를 봐도 페예노르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에레디비시에서 검증을 끝마친 선수는 빅리그 영입 0순위로 부상한다. 2년 전 루이스 시니스테라(리즈, 현 본머스), 마르코스 세네시(이상 본머스), 타이럴 말라시아(맨유) 등은 나란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했다. 국내 축구팬들은 우스갯소리로 '네덜란드 리그에서 잘하면 에릭 텐하흐 맨유 감독이 데려갈 것'이라고 말한다. 황인범은 우선 페예노르트에 최대한 빠르게 적응해 좋은 모습을 보인 뒤, 추후를 도모할 계획이다.
황인범은 에레디비시가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깊은 리그란 점도 결정을 내리는데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정무 박지성 이영표 송종국 석현준 노정윤 이천수 김남일 등이 네덜란드 무대를 누볐다. 특히, 송종국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페예노르트 핵심 풀백으로 명성을 떨쳤다. 황인범이 입단하면 에레디비시에 진출하는 9번째 한국인, 송종국 이천수에 이어 페예노르트에 입단한 3호 한국인이 된다. 현재 페예노르트 1군 스쿼드에서 비어있는 등번호는 4번, 7번, 13번, 66번 등이다. 황인범은 2018년 밴쿠버 입단 첫 시즌 '롤모델' 기성용(서울)의 영향으로 4번을 달았던 적이 있다. 프로 데뷔 시즌 첫 번호는 13번이었다. 가장 선호하는 번호는 현재 국가대표팀에서 달고 있는 6번이지만, 현재 페예노르트에선 포지션 경쟁자인 알제리 국가대표 라미즈 제루키가 6번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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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