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선배로 (설)영우 콘셉트 잡아보려고 한다."(엄원상·26), "(허)율이까지 올 줄은 몰랐다."(이희균·27). "형들에게 공격포인트 많이 빼앗아먹고 싶다."(허율·24). 왁자지껄, 생기가 돈다.
광주 금호고(광주FC 유스) 출신 '트리오'가 K리그1 4연패에 도전하는 울산 HD에서 뭉쳤다. 그들도 상상하지 못한 그림이다. 올 시즌 이희균과 허율이 광주에서 울산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현실이 됐다. 1월생인 엄원상은 '빠른 99년생'으로 이희균과 동기다. 허율이 3년 후배다. 울산도 유스 명문인 현대고가 있다. 이동경(28·김천) 설영우(27·즈베즈다) 등이 현대고 출신이다.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프로의 세계에선 경계는 없다. '합종연횡'은 다반사다.
|
|
엄원상은 "율이랑은 연락을 거의 안했었다. 희균이는 이적설이 나올 때 먼저 연락하기 그래서 안 했는데 먼저 왔다. 친구가 여기에 온 건 처음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다. 광주에 축구부가 많이 없어서 우리끼리 연습경기를 많이 했다. 율이는 정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희균은 "울산과 경기하면 늘 재미있었다. K리그가 내려서는 축구가 많지 않느냐. 막상 와보니 그래도 사람사는 건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다"고 반색했다.
엄원상은 스피드의 화신이다. 볼을 잡고 드리블을 시작하면 늘 기대감이 샘솟는다. 이희균은 중원의 살림꾼이다. 2선 어느 곳에서든 상대 골문을 타격할 수 있다. 1m93의 허율은 주민규(35·대전)가 떠난 최전방을 책임질 예정이다. 고교 시절 현대고와의 전적을 질문하자 엄원상은 "우리가 밥이었다. 다 졌다. (설)영우한테 몇 번 실점한 적도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허율이 의기양양하게 "내가 있을 땐 우리가 다 씹어먹었다. 진짜다. 챔피언십을 비롯해 현대고를 많이 이겼다"고 말하자 다시 미소가 터졌다.
|
|
이희균과 허율은 이제 울산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허율은 "광주 시절과 비교하면 높은 퀄리티의 선수가 많다. 감독께서도 강한 전방 압박과 창의적이고 수비할 때 더 조직적인 움직임을 요구한다. 또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색깔을 표현하기를 바란다"며 "부담은 크게 없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내가 득점하지 않더라도 나로 인해 공간이 창출되고 다른 선수가 득점하도록 돕는 것도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희균은 "울산에서는 볼 하나하나에 책임감이 더 생기는 것 같다. 약간 '진짜 사회'에 나온 기분이다. 광주는 편안했고, (전술상) 무언가 얽매이는 게 있는데 여기는 좀 더 자기 능력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엄원상은 지난해 부상으로 조기에 시즌을 접었다. 그는 "항상 매년 시작할 때 누구나 큰 꿈을 갖고 한다. 팀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고 원하는 목표도 있다. 올해 다치지 않고 팀과 함께 2관왕 목표를 향해 달리겠다"고 했다.
"율이는 우리와 많이 친한 건 아니지만 조금 더 다가와줬으면 한다. 사실 우리가 더 무서워한다. 희균이가 걱정이다. 친해지면 말이 많아진다. 그전까지만 힘들다. 내가 열심히 케어 중이다." 엄원상이 이야기 보따리를 다시 풀었다. "커다란 팬덤이 있는 팀에 왔으니 욕을 안 먹으려면 잘 해야 한다. 행동 하나하나에 모범이 돼서 인정받자." "문수에서 이기는 경기하고 싶다. 원상이 형이 밥도 많이 사주는데 울산서도 잘 따라다니겠다." 이희균과 허율이 화답했다. 금호고 '트리오' 덕분에 울산이 더 밝아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