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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니 팔면 되는데'…광주FC '배짱 운영' 용인하는 K리그

기사입력 2025-06-13 14:44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7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엘리트(ACLE) 스테이지 1차전 광주FC와 요코하마 마리노스의 경기. 광주FC 아사니가 후반전에 골을 넣고 이정효 감독과 포효하고 있다. 2024.9.17 iso64@yna.co.kr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엘리트(ACLE) 광주FC와 비셀 고베의 16강 2차전. 광주 아사니가 후반전에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2025.3.12 iso64@yna.co.kr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2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2025 15라운드 광주FC와 강원FC의 경기. 광주 헤이스가 공격하고 있다. 2025.5.25 iso64@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 노동일 대표이사가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출석해 대기 장소로 향하고 있다. 이날 상벌위원회에서는 재정 건전화 규정을 지키지 못한 광주FC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심판의 이름을 직접 언급한 이정효 광주 감독에 대한 상벌위원회가 열렸다. 2025.6.12 superdoo82@yna.co.kr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2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2025 15라운드 광주FC와 강원FC의 경기. 광주 이정효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하고 있다. 2025.5.25 iso64@yna.co.kr
광주 반복적 재정건전화 규정 위반에도 프로연맹 솜방망이 징계

주전 몇 명 팔면 해결 가능…규정 지킨 다른 구단 "우리는 바보냐"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뭐? -41억원? 아사니랑 몇 명 팔면 해결되잖아!"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의 재정 건전화 규정 위반에 따른 징계 수위가 결정된 12일 늦은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기자실에서 터져 나온 말이다.

수년째 재정난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광주가 현재 -41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고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가 설명하자 몇몇 기자들은 코웃음을 쳤다.

광주가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이기 때문이다.

자본잠식에 빠진 프로구단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선수를 매각하는 것이다. 선수를 파는 건 현금을 확보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광주엔 좋은 선수가 많다.

지난겨울 '알바니아 특급' 아사니의 이적설이 나돌 때 추정 이적료는 15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아시아 무대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증명한 아사니를 올여름 잘 판다면, 광주가 최대 20억원 정도는 손에 쥘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외국인 공격수 헤이스(브라질)의 시장가치는 아사니의 절반 정도로 평가된다.

아사니와 헤이스만 잘 팔아도 30억원은 메울 수 있는 광주다. 여기에 준척급 국내 선수 몇 명을 더 팔면 '재정이 건전한 구단'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도 광주는 '재정이 불건전한 구단'이 되는 쪽을 택했다. 하나의 사업체로서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로 운영이 어렵더라도 '당장의 성적'을 포기할 수는 없었던 셈이다.

이런 선택을 막아 K리그를 건강하고 선진적인 프로리그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재정 건전화 규정이다.

프로연맹은 모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선수단 비용 과다 지출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재정 건전화 규정을 마련했다.

2022년 10월 이사회에서 통과된 재정 건전화 규정은 2023년 각 구단 관계자 교육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됐다.

그런데 광주의 재정 상태는 이 제도가 시행된 내내 리그의 문젯거리였다.

지난해 재정 건전화 규정을 지키지 못했고, 프로연맹 재무위는 광주가 그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추가로 선수 영입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문제는 더 심각해져 올해는 프로연맹 상벌위원회가 열리게 됐다.

이쯤 되면 '고의'라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광주가 선수를 팔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적자 폭을 거듭해서 키우기만 해서다.

그러나 프로연맹 상벌위는 너무도 가벼워 보이는 징계 수위로 이 규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다른 구단들을 분노하게 했다.

제재금 1천만원과 선수 영입 금지 1년의 징계를 내리면서, 선수 영입 금지 징계는 2027년까지 집행을 유예한다고 했다.

결국, 당장 광주가 당장 받는 손해는 벌금 1천만원뿐이다.

이를 두고 3년에 걸쳐 프로연맹의 재정 건전화 규정을 정면으로, 반복적으로 위반했는데도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 건전화 규정을 어긴 구단이 상벌위에 회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어떤 수준의 징계가 나올지 큰 관심이 쏠렸다.

최소 '승점 삭감'의 징계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프로연맹이 너무도 낮은 수위의 징계로 해당 규정의 취지를 스스로 망가뜨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지방의 한 구단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에 "이렇게 징계할 거면 규정은 왜 만들었나? 프로연맹이 규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다른 구단들을 모두 '바보'로 만들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강등되느니 재정 건전화 규정을 무시하고 무리해서라도 선수를 영입하는 게 나은 선택이라는 걸 광주와 프로연맹이 알려줬다"면서 "올여름 이적시장이 뜨거울 것"이라고 비꼬았다.

광주가 지금처럼 '막무가내식' 운영을 고집한다면, 구단 최대 히트 상품인 이정효 감독의 성과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광주의 근본 문제는 선수단에 과도한 비용을 썼다는 것"이라면서 "이번 프로연맹의 징계는 그동안 광주 쪽으로 유리하게 기울어진 그라운드에서 리그가 운영됐다는 점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광주는 프로연맹 징계가 확정되고서 바로 다음 날인 13일, 기다렸다는 듯이 울산에서 뛰던 수비수 심상민의 임대 영입을 발표했다.

심상민이 울산에서 받던 연봉은 5억5천만원 수준인 거로 알려졌다.

광주 구단 관계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대회에 나가면서 선수단 규모 확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재정 적자가 발생했지만, 구단이 질과 양에서 모두 성장한 기회이기도 했다"면서 "구단 수익이 2023년 150억원에서 지난해 214억원으로 많이 늘어나는 등 발전의 기반이 마련됐다. 지금까지 투자한 성과를 앞으로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연상 프로연맹 사무총장은 "재정 건전화 제도의 취지는 재정에 문제가 있는 구단이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거듭나게끔 '유도'하자는 것이지 징계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독립기관인 상벌위에서 '교각살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h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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