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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다니엘 레비 토트넘 홋스퍼 회장의 전형적인 '장사꾼 기질'이 또 등장했다. 이적이 가까워진 선수를 볼모로 몸값을 부풀리면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방식이다. 결국 상대는 애가 탄 나머지 레비 회장의 요구를 들어주거나 아니면 영입 시도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이번에는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레비 회장의 '인질'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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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메로는 지난 시즌 초반부터 부상이 겹치며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A매치 기간에 아르헨티나 대표팀 소속으로 파라과이전에 나갔다가 발을 다쳐 한 달간 경기를 치르지 못한 로메로는 12월 첼시전에 복귀했는데, 경기 시작 15분 만에 대퇴사두근 부상을 입어 또 3개월 간 재활을 해야 했다.
로메로는 3월 22일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합류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남미 예선전을 마친 뒤 'TyC스포츠'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미디어들과 인터뷰에서 토트넘 의료진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당시 로메로는 "원래 훨씬 빨리 돌아올 수도 있는 부상이었는데, 몇 달 동안이나 아무 일도 없이 지체됐다. 그러면서 모든 게 매우 복잡해졌다"면서 "아르헨티나 대표팀 의료진이 나를 구해준 덕분에 다시 경기장에서 뛸 수 있게 됐다. 늘 감사한 마음이다. 복귀를 가능하게 해 준 아르헨티나 대표팀 의료진과 물리치료사에게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토트넘 의료진의 무능으로 재활이 불필요하게 길어졌고,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와서야 회복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토트넘 의료시스템을 저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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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4월에는 TyC 스포츠의 가스톤 에둘 기자와 인터뷰에서 "유로파리그 준결승에 올라왔으니 시즌을 최고의 모습으로 마무리할 것이다. 미래는 지켜봐야 한다. 나는 계속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스페인처럼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리그에서 뛰고 싶다"며 아예 대놓고 '탈토트넘 선언'을 했다.
이런 로메로에게 뜨거운 러브콜을 보낸 것은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이끄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였다. 특히 시메오네 감독은 공개 석상에서 "쿠티(로메로의 별명)를 원하냐고? 물론이다. 그는 훌륭한 선수다"라며 공개적으로 영입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자 스페인 매체들은 일제히 '로메로가 시메오네 감독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스페인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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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로메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환상적인 두 시즌을 함께 보낼 수 있어 감사했다. 수많은 장애물들을 만났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을 알면서도 항상 길을 개척해 준 당신에게 감사드린다"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훌륭한 사람이자 감독이었고, 최고의 순간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글을 적었다. 토트넘 구단과 프랭크 감독을 동시에 난감하게 만든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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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러한 사건들을 거치며 로메로의 토트넘 이탈은 거의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더욱 적극적으로 로메로 영입에 나섰다.
그런데 순탄하게 보였던 로메로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행에 급제동이 걸렸다. 레비 회장이 '몸값 띄우기' 전략을 시전한 것이다. 텔레그래프의 맷 로 기자는 "로메로는 다음 달 둘째 주부터 토트넘 프리시즌 훈련에 참여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거취가 불투명하다"면서 "토트넘은 로메로의 이적료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다. 과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6000만파운드 이상의 이적료를 감당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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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6000만파운드 이상을 제시하지 않으면 로메로를 데려갈 수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무엇보다 로메로는 2027년까지 토트넘과 계약이 되어 있는 상황이라 선택권도 별로 없다. 이렇게 되면 로메로가 불만을 가득 안은 채 토트넘에 주저 앉을 수도 있다. 이적료 수익만을 극대화하려는 레비 회장의 장사꾼 기질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